▒ 완당김정희 ▒

영보정가(永保亭歌)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20:08
영보정가(永保亭歌)

거년에는 이 바다 서쪽에 있었는데 / 去年在此海西
금년에는 이 바다 동쪽에 있네그려 / 今年在此海東
징파루는 저기요 영보정은 여기지만 / 澄波樓永保亭
한 오라기 바다구름 멀리 서로 통하누나 / 海雲一縷遙相通
바다 커서 밖이 없단 그 말을 믿지 않소 / 不信海大而無外
두 가지 일 이제는 내 모두 다 궁리했네 / 兩事如今吾盡窮
소재에서 소상 뵙던 지난날을 기억하니 / 忽憶蘇齋拜蘇像
해도라 천풍 속에 천추 정기 상상해라 / 千秋精氣想像於海濤天風
소매 속의 동해가 바로 곧 여기라서 / 袖中之海卽是處
경각 사이 일어나네 신라의 한 생각이 / 新羅一念頃刻中
소동파공이 구경하던 그 바다를 이제 오니 / 今臨坡公所觀海
칠백 년래 노는 자취 공과 같나 아니 같나 / 七百年來遊跡與公同不同
이 정자를 봉래각과 나란히 비기자니 / 此亭擬與蓬萊閣
해시는 아니 뵈고 바다구름 사라졌네 / 海市不見海雲空
외론 섬은 마름인 양 은옥에 빠져 있고 / 孤嶼若萍沒銀屋
먼 돛은 팥알같아 청동에 갈리누나 / 遠帆如豆磨靑銅
어여뻐라 해상에도 바다라는 뜻 없으니 / 絶愛海上無海意
넓을 대로 다 넓어 곱고 짙음 감쌌구려 / 盡放闊包姸濃
이 산수는 저 고소와 같다고 말들 하여 / 道是山水似姑蘇
누 이름과 절 편액이 모두 서로 답습했네 / 樓名寺扁都相蒙
꽃다운 풀 갠 냇이라 삼산은 새파랗고 / 芳草晴川三山綠
우는 까막 지는 달에 어화가 반짝이네 / 啼烏落月漁火紅
서쪽 가의 한 가지가 약목을 연댔으니 / 西邊一支連若木
지는 해를 붙들어서 창공에 올리련다 / 欲挽墜日升蒼穹
저녁 밀물 곧장 저 약수에서 돌아오니 / 夕潮直從弱水廻
용의 냄새 조개 기운 염롱에 자욱쿠나 / 龍腥蜃氣霏簾櫳
무슨 수로 무지개를 부르고 돌 휘몰아서 / 那得呪虹並驅石
수백을 일으키고 해동을 역사시켜 / 作使水伯與海童
물 중앙을 가로질러 홍교가 이뤄지면 / 橋成橫跨水中央
청혜 포말 마음대로 영주 봉래 놀고지고 / 靑鞋布襪隨意遊瀛蓬

[주D-001]해시 : 신기루(蜃氣樓)를 말함.
[주D-002]고소 : 중국 강소성(江蘇省) 오현(吳縣)에 있는 고소산을 말함.
[주D-003]꽃다운……냇[芳草晴川] : 당 나라 최호(崔灝)의 황학루시(黃鶴樓詩)에 "晴川歷歷漢陽樹 芳草萋萋鸚鵡洲"라 하였음.
[주D-004]우는……달[啼烏落月] : 당 나라 장계(張繼)의 풍교야박시(楓橋夜泊詩)에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眼"이라 하였음.
[주D-005]약목 : 《산해경(山海經)》에 "회야(灰野)의 산에 나무가 있어 잎은 파랗고 꽃은 붉어 이름을 약목이라 하는데 해가 들어가는 곳이다." 하였음.
[주D-006]약수 : 《山海經》에 "서해(西海)의 남과 유사(流沙)의 가에 큰 산이 있는데 이름은 곤륜산(崑崙山)이며 그 아래는 약수가 감돈다." 하였고, 그 주에 "그 물은 홍모(鴻毛)도 이기지 못한다." 하였음.
[주D-007]무지개를……휘몰아서 : 무지개를 부르고 돌을 몰아온다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