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등석의 연구[燈夕聯句]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55
등석의 연구[燈夕聯句]

묘일(卯日)이라 입증한 부처의 생신 / 佛辰徵日卯
항요는 광명을 거두었구려 / 恒曜歛煜霅
이형(而亨)
팔관은 고려 풍속 답습을 했고 / 八關麗風襲
구화등(九華燈)은 한의 제도 어울렸나니 / 九華漢制合
시현(時顯)
채팽창음보다 먼저라면은 / 棚彩先菖飮
화수답청놀이 뒤가 되누나 / 樹火殿靑踏
화지(和之)
장엄할사 시방(十方) 세계 나타났다면 / 莊嚴現十界
공양은 일천 설을 가득 채웠네 / 供養彌千臘
희경(羲卿)
횃불이 줄을 연한 당성도 같고 / 炬訝唐城連
붉은 깃발 둘러라 조벽 놀라네 / 幟驚趙壁匝
경선(景先)
영의 반포 아닌데도 일제히 닫고 / 齊趁令匪頒
등급을 가릴세라 맞춰 오르네 / 踵升等不擸
원춘(元春)
밝음을 함께 하여 떼로 나가고 / 同明或旅進
앞을 갈음하여 빈에 답례하는 듯 / 迭前類賓答
형(亨)
세운 깃대 흔들려 나풀거리고 / 豎幢震婆娑
포개진 종 두들겨도 소리 나잖네 / 累鍾啞鐺鎝
현(顯)
옥 무지개 만 우물에 날아오르고 / 玉虹騰萬井
금 등잔 일천 집에 솟아나누나 / 金釭出千閤
화(和)
푸른 죽순 어울려 쭝긋도 한데 / 翠筍交巑岏
구슬 열매 다닥다닥 서로 다투네 / 珠實競複沓
희(羲)
단금(斷金)을 입증하는 마음에 마음 / 心心証金斷
합잠(盍簪)을 점쳤어라 머리에 머리 / 頭頭筮簪盍
선(先)
등성 탄 게 아니로되 우뚝히 솟고 / 竦出非緣脊
패인 데를 따라가니 낮아보이네 / 低視應從塌
춘(春)
기괄은 교묘해라 바로 곧 인선 / 機栝巧麟楦
그림 채색 시흡이 열지었구려 / 畵采列兕韐
형(亨)
지게마다 구슬 쥐니 재주 놀랍고 / 驚才戶珠握
어리석음 비웃어라 화택 둘렀네 / 哂癡火宅匼
현(顯)
하 밝으니 밤낮을 가릴 게 없고 / 晢無卜晝夜
번성하니 스물 설흔 헤기 어렵네 / 繁難計卄卅
화(和)
먼 돈대 낡은 봉화 부끄러워라 / 殘燧耻遠墩
높은 탑의 뭇 방울 비교해 보세 / 群鐸較高塔
희(羲)
상휘는 일천 꽃이 흩어지는데 / 祥輝散千華
보광은 백납으로 말미암누나 / 普光由百衲
선(先)
기를 다투어 때로 번쩍거리니 / 爭奇轉時閃
답싸인 좁은 곳도 싫지를 않네 / 不厭競處闒
춘(春) ○이 아래는 운(韻)만 있고 시는 없음.

[주D-001]항요 : 항성(恒星)을 말함.
[주D-002]팔관 : 팔관재(八關齋)의 약칭. 부처를 받드는 자가 갖는 재로서 남조(南朝) 때에 성행히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성행하였음.
[주D-003]채팽 : 공중에 가설하여 아래를 가리는 것을 이름.
[주D-004]창음 : 단오(端午). 단오에 창포를 마시므로 이름.
[주D-005]화수 : 등불의 빛이 성한 것을 말함.
[주D-006]답청 : 삼월 삼일을 말함.
[주D-007]붉은……놀라네 : 《통감(通鑑)》에 "한신(韓信)이 조(趙)와 싸울 적에 한신의 기병(騎兵) 2천 명이 조의 벽(壁 : 진영)으로 달려가 조의 기를 뽑고 한(漢)의 적치(赤幟)를 세워놓으니 조군이 돌아오다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 어지러워져 패하였다." 하였음.
[주D-008]단금(斷金) :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의 "二人同心 其利斷金"에서 나온 것으로 두 사람의 우정이 금속을 끊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임.
[주D-009]합잠(盍簪) : 《주역(周易)》 예(豫)에 "朋盍簪"이 있는데, 주석에 "합은 합친다는 뜻이고 잠은 빠르다는 뜻으로 모든 벗이 동시에 빨리 온다는 것이다." 하였음.
[주D-010]인선 : 기린선(麒麟楦)을 이름. 《조야첨재(朝野僉載)》에 "지금 기린선을 놀리는 자는 그 형상을 수식하여 나귀 위에 덮어놓으면 완연히 다른 물건으로 되지만 그 껍질을 벗기면 도리어 나귀 그대로이다." 하였다. 당 나라 양형(楊炯)이 항상 조사(朝士)들을 기린선이라고 불렀는데 덕이 없이 외관만 꾸미는 것을 말함.
[주D-011]시흡 : 물소 가죽에 붉게 물들인 군복
[주D-012]화택 : 불가의 말인데 《법화경(法華經)》 비유품(譬喩品)에 "삼계에 편안함이 없어 오히려 화택과 같다.[三界無安 猶如火宅]" 하였다. 여기서는 등석(燈夕)의 광경을 형용하여 이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