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조군 수삼에게 부쳐 벼루를 재촉하다[寄趙君秀三催硯]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49
조군 수삼에게 부쳐 벼루를 재촉하다[寄趙君秀三催硯]

만리라 행장 속에 간직한 벼루 / 萬里橐中硯
스스로 문자상을 가져다 주네 / 自呈文字祥
이문은 옥대의 반열이라면 / 異紋斑玉帶
기품은 향강에 비등하여라 / 奇品敵香姜
그 손자가 언약을 인증해 오니 / 其孫來證約
그 뜻이 천금보다 더하고말고 / 其意千金長
어찌하여 중도의 수레바퀴가 / 云何中塗轍
갑자기 서성댐을 보여주는지 / 忽復示彷皇
새긴 인을 닳구려나 의심했더니 / 始訝印欲刓
끝내가선 맹서조차 잊은 상싶어 / 終疑歃如忘
매달리다 못해 자주 발치 고이고 / 懸懸屢支踵
바라는 눈 딲은 적이 몇 번이더뇨 / 望望幾瞳眶
소동파의 수해를 듣지 못했고 / 未聞袖海蘇
군의 편지에 소매 속에 넣고 오겠다 하였음.
난가의 왕질(王質)을 헛 기다렸네 / 虛佇爛柯王
근자에 들으니 군이 운석(雲石)의 집에 가서 바둑을 둔다 함.
이 마음이 하마야 돌을 뚫어서 / 此心已透石
구격(鸜鵒)의 파란 눈이 되었으리라 / 應化鸜眼蒼
이 몸 혹시 석수를 누린다며는 / 此身儻石壽
적수로 내려가서 애써 찾겠지 / 下探赤水强
황하가 맑아지질 기다릴 건가 / 黃河淸有俟
태산 돌구멍 뚫릴 날이 있을지 / 泰山石敢當

[주D-001]옥대 : 벼루의 일종으로 절강성(浙江省) 상산현(常山縣)에서 생산되는데 자석(紫石) 속에 백색의 무늬 한 가닥이 둘러있으므로 옥대연(玉帶硯)이라 이름을 붙였음. 혹은 자포옥대(紫袍玉帶)라고도 함.
[주D-002]향강 : 와연(瓦硯)의 일종. 《양산집(楊愼集)》에 "조조(曹操)의 동작대(銅雀臺) 기와는 이미 얻을 수 없게 되고 송 나라 사람이 수장한 것은 바로 고환(古歡)의 피서궁(避暑宮)·빙정대(氷井臺)·향강각(香姜閣) 기와이다."라 하였음.
[주D-003]인을 닳구려나[印欲刓] :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항왕(項王)은 사람을 부려 공이 있어 봉작(封爵)에 해당한 자에게도 인(印)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차마 주지 못한다.[至使人有功 當封爵者 印刓弊 忍不能與]"라 하였는데, 여기서 나온 말임. 그 주석에 "완(刓)은 완(玩)의 뜻이다." 하였음.
[주D-004]소동파의 수해[袖海蘇] : 소식(蘇軾)의 시에 “我携此石歸 袖裏有東海”의 구가 있음. 《詩人玉屑》
[주D-005]난가의 왕질(王質) : 난가는 난가산(爛柯山)을 말함. 진(晉) 나라 왕질(王質)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두 동자(童子)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였는데 그 판이 끝나고 보니 도끼자루가 이미 썩었다고 하였음. 《述異記》
[주D-006]구격(鸜鵒)의 파란 눈 : 구격은 구격새이고 파란 눈은 연석(硯石) 위에 둥근 형체의 반점이 있는 것을 말함. 당 나라 유공권(柳公權)이 벼루를 논하기를 "물 고이는 곳에 적·백·황색의 점이 있는 것을 구격안(鸜鵒眼)이라 한다." 하였다.
[주D-007]적수로……찾겠지 :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황제(黃帝)가 적수에 노닐다가 구슬을 잃어버리고 지(知)를 시켜 찾게 하였는데 찾지 못했다." 하였음.
[주D-008]황하가……기다릴 건가 : 황하는 진흙과 모래가 많이 끼어 물이 항상 혼탁하므로 옛적에는 황하가 맑아지면 상서로운 일로 여겼음. 《좌전(左傳)》 양공(襄公) 팔년조에 "俟河之淸 人壽其何"라는 말이 있는데 시기(時機)의 만나기 어려움을 말한 것임. 《습유기(拾遺記)》에 "황하는 천년만에 한 번 맑는다." 하였음.
[주D-009]태산……날 : 물방울이 오래 떨어지면 태산의 돌도 뚫린다는 말임. 매승(枚乘)의 간오왕서(諫吳王書)에 "泰山之霤穿石 單極之綆斷幹"이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