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조 공례에게 희증하다[戲贈趙公禮]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42
조 공례에게 희증하다[戲贈趙公禮]

내 아우 손에 놀던 이 바둑알을 / 阿仲手中棊
아낌없이 그대에게 넘겨주노라 / 贈君無吝色
전설을 내 들으니 늙은 용자가 / 我聞老龍子
태 떨구길 떨어지는 과일씨처럼 / 墮胎如果核
이것이 변화해서 바둑알 되니 / 此棊之化成
과거보는 사람에겐 꺼리는 거래 / 擧子所忌剋
흰 것은 예백이 될 징조라면은 / 白者兆曳白
검은 것은 먹을 마실 형상이라네 / 黑者象飮黑
그 형상이 너무도 좋지 않아서 / 其象甚不吉
장거 같은 고기도 아니 먹거든 / 如章擧不食
청운에 높이 오를 그대의 솜씨 / 怪君靑雲手
낭잠으로 오랫동안 비실대다니 / 郞潛久偪仄
온갖 일이 쉽사리 마를 이루고 / 百事易成魔
여섯 가지 꿈이 혹은 악이 되어라 / 六夢或爲噩
이게 모두 바둑이 시켜서 된 것 / 皆是棊所使
이득 손실 스스로 가릴 터이지 / 得失應自擇
또 다시 갑자기 나이 줄어져 / 又復忽减年
젊은 놈이 침해하고 배척하누나 / 少者成侵斥
그 피해가 마침내 이와 같으니 / 其害乃如此
그대를 위해 한번 탄식하노라 / 爲君一太息

[주D-001]예백 : 과거보던 시대에 고권(考卷)을 등사하면서 엽(葉)을 건너뛰는 것을 말함.
[주D-002]먹을 마실 형상 : 먹물이 튀어 묻은 것을 말함.
[주D-003]장거 : 문어의 유임.
[주D-004]낭잠 : 한 나라 때 도위(都尉) 안사(顔駟)가 문(文)·경(景)·무(武) 세 조정을 거치면서 머리가 희도록 낭서(郞署)에 침체되어 있었으므로 나온 말임.
[주D-005]여섯 가지 꿈 : 《주례(周禮)》 춘관(春官) 점몽(占夢)에 "일월성신(日月星辰)으로써 여섯 가지 꿈을 점치는데 첫째는 정몽(正夢), 둘째는 악몽(噩夢), 셋째는 사몽(思夢), 넷째는 오몽(寤夢), 다섯째는 희몽(喜夢), 여섯째는 구몽(懼夢)이다."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