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직산 사군을 보내다[送稷山使君]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40
직산 사군을 보내다[送稷山使君]

위천의 대라서 부러워하며 / 不羨渭川竹
울림의 돌이라서 부러워하리 / 不羨鬱林石
유독 옛 백성만을 부러워하네 / 獨羨舊白城
역력한 옛 자취 하도 많기에 / 歷歷多古蹟
십제 시대 위례의 성이라던가 / 慰禮城十濟
오색의 구름이라 성거산이며 / 聖居雲五色
봉선사에 세워진 홍경의 비는 / 奉先弘慶碑
흑수의 각을 멀리 거슬러갔네 / 遠溯黑水刻
예전에 듣자하니 단전의 게는 / 昔聞丹篆偈
그게 진짜 구양순의 파척이라고 / 是歐陽波磔
오백 년 이전이라 쩌린 이끼는 / 五百年前苔
원기가 쌓이고 쌓여 임리하다네 / 淋漓元氣積
그대 지금 이곳으로 떠나가니 / 君今此中去
묵연이 이야말로 기특하구려 / 墨緣儘奇特
십만의 돈꿰미는 몸에 감아도 / 十萬貫可纏
한 조각 돌은 얻기 어렵고말고 / 一片石難得
비법 전수 번거롭다 생각을 말고 / 煩君傳秘諦
날 위해 척본 하나 시험해 보게 / 爲我試一拓
비바람 묵고 묵은 황폐한 곳에 / 風雨榛荒處
나타나고 숨는 것도 소식 있나니 / 顯晦有消息
내 분명히 알괘라 직산 백성은 / 吾知稷之民
손을 들어 이마에 얹을 거로세 / 擧手欣加額
어진 정사 이 돌에 미쳐가는데 / 仁政及此石
더더구나 일러 무삼 여민 적자야 / 況復黎與赤

[주D-001]위천의 대 : 위수(渭水)의 물가에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데, 《사기(史記)》 화식전(貨殖傳)에 "위천의 천묘죽(千畝竹)을 가진 사람은 천호후(千戶侯)와 대등하다." 하였음.
[주D-002]울림의 돌 : 《당서(唐書)》 육구몽전(陸龜蒙傳)에 "육씨가 고소(姑蘇)에 살고 있는데 그 문앞에 큰 돌이 있다. 원조(遠祖) 육적(陸績)이 울림 고을의 수령이 되었다가 돌아올 때 치장(治裝)이 없어 배가 가벼워서 바다를 건너 올 수 없으므로 돌을 가져다 배를 무겁게 하였는데 사람들이 그 청렴함을 취하여 그 돌을 울림석이라 하였다." 했음.
[주D-003]백성 : 충청도 직산(稷山)의 고호임.
[주D-004]십제……성 : 위례성은 성거산에 있는데 백제 온조왕(溫祚王)이 졸본부여에서 남으로 내려와 위례성에 도읍하고서 열 사람의 신하로써 보필을 삼고 십제라 일컬었다가 뒤에 백제라 고쳤음.
[주D-005]성거산 : 직산현 동쪽 20리 지점에 있음. 고려 태조가 일찍이 고을 서쪽 수헐원(愁歇院)에 주필(駐蹕)하여 동으로 산 위를 바라보니 오색의 구름이 있어 신이 있다고 여기고 제사를 지냈으므로 붙여진 이름.
[주D-006]홍경의 비 : 고려 현종(顯宗)이 병부 상서(兵部尙書) 강민첨(姜民瞻)을 시켜 절을 짓게 하고 이름을 봉선홍경사라 내리는 동시에 비를 세워 한림학사 최충(崔冲)을 명하여 글을 짓게 하였는데 지금은 절은 없어지고 비만 남았음. 백광훈(白光勳)의 "秋草前朝事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이라는 시가 있음.
[주D-007]구양순의 파척 : 당 나라 구양순의 서체로 썼다는 말임.
[주D-008]십만의……감아도 : 소식 시의 "世間那有楊州鶴"이란 시구의 주에 "腰纏十萬貫 駕鶴上楊州"라는 글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