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박군에 차증하여 희롱삼아 그 체를 본받다[次贈朴君 戲效其體]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41
박군에 차증하여 희롱삼아 그 체를 본받다[次贈朴君 戲效其體]

만경이라 한바다 저 물결 보소 / 滄海萬頃波
일작에서 말미암아 많아진 거고 / 始由一勺多
해와 달이 땅보다 더 크다지만 / 日月大於地
까마귀랑 토낀 왜 저리 파사하다지 / 烏兎何婆娑
북극은 온 하늘의 꼭지라며는 / 北極天之蔕
뭇 별들은 천화를 벌여놓았네 / 衆星羅天花
지구가 돈다는 걸 전혀 모르니 / 地旋却不省
허공이 떨어지면 어찌할 건지 / 將奈墜空何
하늘과 땅 안에 사는 뭇 사람들은 / 人生內天地
깜깜한 그 대문만 지나가누나 / 徒向夢夢過
굽은 나문 꺼리나니 곧은 그림자 / 曲木忌直影
해치(獬豸의 성은 본시 사(邪)를 모르네 / 豸性本不阿
아는가 모르는가 선비와 중은 / 知否儒與釋
과가 같지 않다네 훈과 유마냥 / 薰蕕不同科
만년이라 수사의 예전 빛깔이 / 洙泗舊光芒
차츰차츰 축건으로 변해가다니 / 漸渝竺乾家
어느 뉘가 회사의 사람을 위해 / 誰爲繪事人
소공을 뒤에 하라 가르칠 건고
/ 素功敎後加
그대 재주 천연의 미를 갖추어 / 君才具天美
꿈속에 오색 노을 마셨나 보네 / 夢吸五色霞

[주D-001]까마귀랑 토끼 : 해 속에 있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와 달 속에 있는 토끼로 해와 달을 대신하여 씀.
[주D-002]해치(獬豸) : 짐승의 이름. 성질이 곧아서 사람의 말을 듣고 부정한 사람을 물어뜯는다고 함. 옛날에는 사법관(司法官)이 그 가죽으로 관을 만들어 썼음.
[주D-003]훈과 유 : 훈은 향초이고 유는 악취가 나는 풀임. 《좌전(左傳)》 희공(僖公) 4년조에 "一薰一蕕十年尙有遺臭"라 하였고, 그 주에 "훈은 향초이고 유는 취초(臭草)인데 십년이 가도 냄새가 남아 있다는 것은 선은 없어지기 쉽고 악은 오래감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주D-004]축건 : 천축(天竺)으로 곧 석가를 말함.
[주D-005]회사의……건고 : 《논어(論語)》 팔일(八佾)전에 보이는 "繪事後素"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