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우담에게 보이다[示優曇]

천하한량 2007. 3. 9. 20:43
우담에게 보이다[示優曇]

종승(宗乘)교승(敎乘)이 서로서로 파가 갈라져 서로서로 적대시한 지도 지금 하마 천 년이 가까운데도 합쳐질 가망이 없다. 종승은 매양 달마(達摩)가 서쪽에서 온 뒤로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고 바로 본심(本心)을 직지(直指)한 것을 구실(口實)로 삼고 있는데 달마 이전에도 이미 조공(肇公)이 문자를 세우지 아니한 묘체(妙諦)가 있었으니 또한 달마로써 구실을 삼는 것은 불가하다 하겠다.
뒷사람들은 전혀 참구(參究)하지 아니하고 먼저 문호(門戶)로써 갈등을 삼고 있으니 이는 다 문호의 선(禪)이요 직지(直指)의 선은 아니다.
마침내 하택(荷澤)에 이르러는 천대를 받아 얼자(孽子)가 되고 오종(五宗)이 드날려 직지의 한 의(義)도 마침내 제이의 의가 되었으니 이는 학도들이 세심하게 생각하지 아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옛날에는 마(魔)가 강하고 법이 약하더니 지금에는 종(宗)이 강하고 교(敎)가 약하여 아무래도 구계(狗戒)·우계(牛戒)·계계(鷄戒)의 서로서로 헐뜯고 나무라는 것을 면하지 못할 성싶으며 대혜(大慧) 같은 자는 그 화수(禍首)가 되는데 세상에는 정법안(正法眼)이 없으니 뉘 능히 이 병을 가리겠는가. 이는 유독 선문(禪門)의 유폐(流弊)가 구약(救藥)의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가(道家)의 연홍(鍊汞)·용호(龍虎)나 유문(儒門)의 금계(金谿)·요강(姚江)이 모두 그러하다. 나도 모르게 붓을 놓고 한번 탄식한다.

[주D-001]종승(宗乘) : 각 종(宗)의 소홍(所弘)하는 종의(宗義) 및 교전(敎典)을 종승이라 이르렀는데 흔히 선문(禪門) 및 정토문(淨土門)에서 자가(自家)를 표칭(標稱)하는 말로 삼았음. 《벽암(碧巖)》 제50칙 수시(垂示)에 "權衡佛祖 龜鑑宗乘"이라 하였음.
[주D-002]교승(敎乘) : 성인의 말이 아랫사람에게 미친 것이 마음에 있으면 법이라 하고 법이 말에 나타나면 교(敎)라고 함.
[주D-003]조공(肇公) : 요진장자(姚秦長者) 사문(沙門) 승조(僧肇)를 이름.
[주D-004]하택(荷澤) : 중의 이름인데 당(唐) 낙양(洛陽) 하택사(荷澤寺) 신회(神會)이다. 14세 때에 사미(沙彌)가 되어 육조(六祖)를 조계(曹溪)에서 뵈어 능히 그 지(旨)를 얻었는데 육조가 멸한 뒤 20년 사이에 조계의 돈지(頓旨)가 남지(南地)의 침폐(沈廢)하고 숭악(嵩嶽)의 점문(漸門)이 경략(京洛)에 성행하므로 마침내 입경(入京)하여 천보(天寶) 4년에 남북 돈점(頓漸)양종(兩宗)을 정(定)하고 현종기(顯宗記)를 저술하여 세상에 성행하였다. 《宋高僧傳》
[주D-005]오종(五宗) : 중국 선종 분파의 계층인데 초조(初祖) 달마(達摩)로부터 오전(五傳)하여 오조(五祖) 홍인(弘忍)에 이르러 인(忍)의 아래에서 북종(北宗) 신수(神秀)와 남종 혜능(慧能) 두 파로 나누어졌다. 북종은 북지(北地)에서 행하여 후세에 분파가 없고 남종은 남지에서 행하여 오가(五家) 칠가(七家)의 구별이 있었는데 오가는 1은 위앙종(潙仰宗), 2는 임제종(臨濟宗), 3은 조동종(曹洞宗), 4는 운문종(雲門宗), 5는 법안종(法眼宗)으로 되었음.
[주D-006]우계(牛戒) : 계금취견(戒禁取見)의 일종임. 천축(天竺)의 외도(外道)에 우행(牛行)으로 견집(堅執)하여 생천(生天)의 원인을 삼는 것이 있음. 《백론소 상(百論疎 上)》에 "持牛戒若成 則墮牛中 如其不成 則入地獄 然外道苦行 世人信之"라 하였음.
[주D-007]계계(鷄戒) : 천축의 외도(外道)에 계계(鷄戒)와 구계(狗戒)를 받드는 자가 있는데 계계라는 것은 종일 한 발로 서는 것이요, 구계라는 것은 남의 똥을 먹는 것이다. 《苦行條附錄》
[주D-008]연홍(鉛汞)·용호(龍虎) : 도가(道家)에서 연(鉛)과 홍(汞)을 솥에 넣고 단(丹)을 달구어내는데 그것을 장복(長服)하면 장생(長生)할 수 있다 하며, 용호는 도가에서 수화(水火)를 이름.
[주D-009]금계(金谿) : 육구연(陸九淵)은 송 금계인으로 자는 자정(子靜), 건도(乾道) 진사로 관은 지형문군(知荊門軍)에 이르렀으며 귀계(貴谿)의 상산(象山)에 살아서 상산 선생이라 불린다. 일찍이 주희와 더불어 아호(鵝湖)에서 회강(會講)하였는데 의논이 많이 합하지 못하여 주희는 도문학(道問學)을 중히 여기고 구연은 존덕성(尊德性)을 중히 여겼으며, 주희는 주경(注經)을 좋아하는데 구연은 "학이란 진실로 도를 안다면 육경(六經)이 모두 나의 주각(注脚)이다." 하였다. 그러므로 종지(宗旨)가 각기 다르다. 《상산집》28권이 있음.
[주D-010]요강(姚江) : 왕수인(王守仁)은 명 여요인(餘姚人)으로 자는 백안(伯安)임. 홍치(弘治) 진사로 정덕(正德) 때에 대모산(大帽山) 적들을 평정하여 명 나라 세상에 문신(文臣)으로 용병(用兵)한 자는 수인 같은 자가 없다. 시호는 문성(文成)이며, 그 학은 양지 양능(良知良能)으로 주를 삼아서 요강파라고 이르고 세상에서 양명 선생(陽明先生)이라 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