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東人)의 글씨로 쓴 나·려 간의 고비(古碑)는 다 구법(歐法)이어서 곧장 산음(山陰)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또 금서(金書)로 경(經)을 쓴 것이 있는데 신라의 글씨는 더욱 예로워 고려로는 미쳐갈 바가 아니다. 일찍이 동경(東京)의 폐탑(廢塔) 속에서 나온 것으로 묵서(墨書)한 광명다라니경(光明陀羅尼經)을 보았는데 한 글자도 손상되지 아니하여 어제 쓴 것과 같았다. 곧 당 나라 태중(太中) 연간에 쓴 것으로서 김생(金生)의 이전 육칠십 년 사이에 해당되는데, 필법이 극히 고아(古雅)하여 마땅히 문무(文武)·신행(神行)·무장(鍪藏) 여러 비와 더불어 갑을(甲乙)을 논할 만하며 김생도 마땅히 일주(一籌)를 사양할 것이다. 본조(本朝)로부터 이래로 안평(安平)·강(姜 강희안(姜希顔))·성(成 성임(成任))은 오히려 예전의 법규를 어기거나 잃지 않았는데 백여 년 이래로 일종의 서법이 나와 구·저를 다 쓸어버리고 곧장 위로 종·왕(鍾王)을 더듬고자 하며, 또한 종·왕의 한 글자도 보지 못하고서 망령되이 스스로 기치를 뽑아 단(壇)에 올랐으니, 상군(商君)이 다 정전(井田)을 폐기함으로써 비록 진 나라 사람이 부강하게 됐지만 후세에는 역시 회복되지 못했으며 마침내 삼대(三代) 시대의 구혁(溝洫)과 견회(畎澮)는 드디어 볼 수가 없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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