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佛說)에 관한 여러 경은 비록 능엄(楞嚴)·화엄(華嚴)·천궁(天宮)·화성(化城)들도 환화(幻化)하고 영묘(靈妙)하여 괴탄(怪誕)에 빠져들기 쉬운데 이 경은 모두 실과(實果)로부터 말을 세웠으며 능엄·화엄 여러 경도 다 이를 쫓아 부연된 것 같다. 비유하자면 우리 유가의 태극의 본지(本旨)가 처음 북극에서 일어난 것에 불과한데 후유(後儒)들이 따라서 넓히어 마침내는 천근(天根) 월굴(月窟)에까지 이르러 황홀하고 가물거려 모상(模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유·석(儒釋)의 남상(濫觴)이 함께 그러한 것이다. 나는 이 경을 읽고서 석(釋)도 사람을 권하여 착하게 만들고 경계하여 악한 짓을 못하게 하는 데 지나지 않으며 이를테면 천당·지옥 같은 것은 가설하여 보이고 인증하여 깨우쳐 준 것이며 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일찍이……(원문 1자 빠짐)…… 간재(簡齋)가 능엄경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심조(深造)·고예(孤詣)의 소견이요 천박자로서는 측량할 바 아니다. 무릇 내전(內典)을 익히는 자는 마땅히 먼저 사십이장부터 비롯해야 옳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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