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석파 난첩 뒤에 제하다[題石坡蘭帖後]

천하한량 2007. 3. 9. 18:38
석파 난첩 뒤에 제하다[題石坡蘭帖後]

난초를 그리자면 역시 고인의 극적(劇迹)을 많이 보아야 하는데 소남(所南 정사초(鄭思肖))·구파(漚坡 조맹부(趙孟頫))의 난 같은 것은 대강(大江)의 남북에도 역시 드물어서 용이하게 구경 못한다. 겨우 소남의 한 본을 얻어 보았는데 원·명(元明) 이래의 여러 작품과는 크게 다르다.
오직 우리 선조(宣祖)의 어화(御畫) 묵란이 소남의 필의가 있을 뿐이며 그 한 잎·한 화판(花瓣)도 아무나 규방(規仿)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인으로는 진원소(陳元素)‧승 백정(白丁)·고과(苦瓜 고과화상(苦瓜和尙) 석도(石濤)임) 같은 이들이 모두 천취(天趣)가 유발하니 오히려 문경(門逕)을 찾아 얻을 만하다. 석파의 난법이 쾌히 구과(臼窠)를 벗어났으므로 써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