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패의 지두화 후에 제하다[題高其佩指頭畫後] |
지화(指畫)는 마땅히 고고(高古)하고 간엄(簡嚴)한 것을 법으로 삼아야 한다. 근세 사람으로 고기패·주윤한(朱倫翰)이 더욱 그 뽑히며, 오기봉(吳起鳳)의 유(流)는 유방(流放)한데 지나치고 거두지를 못했다. 옥적산방(玉笛山房)의 몽선화(夢禪畫)는 고·주의 풍치가 있으며 또 장수옥(張水屋)·나양봉(羅兩峯) 같은 이는 사기를 잃지 아니하여 능히 전주(篆籒)의 법으로 만들곤 하는데 도리어 필취(筆趣)보다 나은 점이 있다.
대개는 손가락을 붓으로 대신하는데 바로 광·음(光陰)을 호용(互用)하는 묘체이니 능히 천룡(天龍)의 일지선(一指禪)을 오철(悟徹)한다면 지두(指頭)의 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군(李君)의 이 화폭은 사뭇 아름다워 강동고(姜東皐)와 같으니 그 어찌 이리도 인합(印合)이 있단 말인가. 매양 간엄(簡嚴)의 한 법에 있어 깊이 착력을 더해가면 유독 지법만이 아니라 대치와 운림을 배우고자 해도 간엄이 아니면 되지 않는다. 먼저 그 황솔(荒率)한 데로부터 문에 들어가면 바로 마계(魔界)에 떨어지고 마니 이는 화가의 가장 깊이 경계하는 바이다.
[주C-001]고기패(高其佩) : 청인 고천작(高天爵)의 오자(五子)인데 자는 위지(韋之), 호는 남촌(南村)임. 숙주지주(宿州知州)로 말미암아 관(官)은 도통(都統)에 이르고 시에 공(工)하며 아울러 지두화(指頭畫)를 잘하여 해내(海內)에서 보배로이 여겼음.
[주D-001]주윤한(朱倫翰) : 청 역성인(歷城人)으로 자는 함재(涵齋), 호는 일삼(一三)이며 강희(康熙) 무진사(武進士)로 건륭 연간에 관은 태기부도통(太旗副都統)에 이르고 지두화에 공하였음. 시에도 능하여 《한청당집(閒靑堂集)》이 있음.
[주D-002]오기봉(吳起鳳) : 청인으로 지두화가인데 내력은 미상임. 대고(待考).
[주D-003]몽선화(夢禪畫) : 청 만주(滿州) 정백기인(正白旗人)인데 이름은 영보(瑛寶)임. 그림을 잘 그렸으며 더욱이 지두화를 잘 하였음.
[주D-004]장수옥(張水屋) : 청 산서(山西) 부산인(浮山人)으로 이름은 도악(道渥), 자는 봉자(封紫), 호는 수옥이며, 장풍자(張風子)라 자호(自號)하였다. 화(畫)에 공하여 산수가 수윤(秀潤)하며 화(畫)의 계경(谿逕)을 탈진(脫盡)하였음.
[주D-005]나양봉(羅兩峯) : 청 흡현인(歙縣人)인데 양주(揚州)에 교거(僑居)하였다. 이름은 빙(聘), 자는 돈부(遯夫), 호는 양봉이며 스스로 화지사승(花之師僧)이라 호하였는데 김동심(金冬心)의 고제(高弟)이다. 시에 공하고 그림을 잘 하여 묵매(墨梅)·난죽(蘭竹)이 고루 초묘(超妙)에 극하여 고취(古趣)에 앙연(盎然)하였음.
[주D-006]천룡(天龍)의 일지선(一指禪) : 천룡은 천룡화상(天龍和尙)을 이름이고 일지선은 진천진지(盡天盡地)하여 모조리 일지두(一指頭)로 섭진(攝盡)한다는 것임. 《전등록(傳燈錄)》 제11 금화구지전(第十一 金華俱胝傳)에 "구지(俱胝)는 천룡화상이 우연히 그 암자에 오게 됨을 인하여 모든 것을 묻자 천룡은 한 손가락을 세우고 법을 보여주니 구지는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친 바가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항상 일지를 세우고 학자(學者)의 참문(參問)에 대(對)했다." 하였음.
[주D-001]주윤한(朱倫翰) : 청 역성인(歷城人)으로 자는 함재(涵齋), 호는 일삼(一三)이며 강희(康熙) 무진사(武進士)로 건륭 연간에 관은 태기부도통(太旗副都統)에 이르고 지두화에 공하였음. 시에도 능하여 《한청당집(閒靑堂集)》이 있음.
[주D-002]오기봉(吳起鳳) : 청인으로 지두화가인데 내력은 미상임. 대고(待考).
[주D-003]몽선화(夢禪畫) : 청 만주(滿州) 정백기인(正白旗人)인데 이름은 영보(瑛寶)임. 그림을 잘 그렸으며 더욱이 지두화를 잘 하였음.
[주D-004]장수옥(張水屋) : 청 산서(山西) 부산인(浮山人)으로 이름은 도악(道渥), 자는 봉자(封紫), 호는 수옥이며, 장풍자(張風子)라 자호(自號)하였다. 화(畫)에 공하여 산수가 수윤(秀潤)하며 화(畫)의 계경(谿逕)을 탈진(脫盡)하였음.
[주D-005]나양봉(羅兩峯) : 청 흡현인(歙縣人)인데 양주(揚州)에 교거(僑居)하였다. 이름은 빙(聘), 자는 돈부(遯夫), 호는 양봉이며 스스로 화지사승(花之師僧)이라 호하였는데 김동심(金冬心)의 고제(高弟)이다. 시에 공하고 그림을 잘 하여 묵매(墨梅)·난죽(蘭竹)이 고루 초묘(超妙)에 극하여 고취(古趣)에 앙연(盎然)하였음.
[주D-006]천룡(天龍)의 일지선(一指禪) : 천룡은 천룡화상(天龍和尙)을 이름이고 일지선은 진천진지(盡天盡地)하여 모조리 일지두(一指頭)로 섭진(攝盡)한다는 것임. 《전등록(傳燈錄)》 제11 금화구지전(第十一 金華俱胝傳)에 "구지(俱胝)는 천룡화상이 우연히 그 암자에 오게 됨을 인하여 모든 것을 묻자 천룡은 한 손가락을 세우고 법을 보여주니 구지는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친 바가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항상 일지를 세우고 학자(學者)의 참문(參問)에 대(對)했다."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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