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5]

천하한량 2007. 3. 9. 18:22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5]

《주림(珠林)》·《종경(宗鏡)》 신편 어록은 한번 와서 서로 고증하고 싶지 않은가.
대혜(大慧)에 대한 한 안건은 남김 없이 다 타파했으니 이는 크게 유쾌한 일이로세. 새 차는 몇 조각이나 따왔는가. 잘 간수하여 장차 나에게 주려는가. 자흔(自欣) 향훈(向熏) 제납에게서도 일일이 색출하여 아울러 빠른 편에 부치거나 혹은 일부러 한 사람을 보내와도 불가한 것은 아닐 걸세.
김세신(金世臣)도 역시 편안한가. 궁금하네.
절첩(節箑)은 부쳐 보내니 남겨두고 나누어 주도록 하오.
세상에는 또 한 해가 왔는데 산중의 일월도 역시 새로 돌아와서 노고추(老古錐)도 세사(歲事) 마련하기를 세간의 고화승(羔花勝)과 같이 하는가.
갑자기 체편(遞便)으로부터 편지와 아울러 차포를 받았는데 차의 향기에 감촉되어 문득 눈이 열림을 깨닫겠으니 편지의 있고 없음은 본래 계산하지도 않았더라네.
다만 이가 아리니 몹시 답답하지만 혼자서 좋은 차를 마시고 남과 더불어 같이 못하니 이는 감실(龕室) 속의 부처도 자못 영검하여 율(律)을 시한 것이라 웃고 당할 밖에 없네.
이 몸은 차를 마시지 못해서 병이 든 것인데 지금 차를 보니 나아버렸네.
가소로운 일이로세.
인편이 서서 재촉하므로 간신히 어둔 눈을 견디며 두어 자 적었네.
봄이 따뜻하고 해가 길면 빨리 석장(錫杖)을 들고 와서 종경주림을 읽는 것이 지극히 묘한 일일 걸세. 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