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에게 주다[與草衣][36] |
중이 와서 초의의 서한을 전하고 또 다포도 전해주었네. 이곳의 샘맛은 바로 관악산(冠岳山) 한 맥에서 흘러나온 것인데 두륜산(頭輪山)에 비하면 갑을(甲乙)이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공덕(功德)의 삼사(三四)는 있겠기에 빨리 보내온 차를 시험해 보니 샘맛도 좋고 차맛도 좋아서 바로 한 조각 희환의 인연이었네.
이는 차가 그렇게 만든 것이요 편지로 그런 것은 아니니 그렇다면 차가 편지보다 낫단 말인가? 더구나 근일에는 일로향실(一爐香室)에 죽 머물러 있다니 무슨 좋은 인연이 있는 거요. 왜 갈등을 부숴버리고 한 막대를 멀리 날려 나와 이 차의 인연을 같이 아니하는 거요.
또한 근자에 자못 선열(禪悅)에 대하여 자경(蔗境)의 묘가 있는데 더불어 이 묘체(妙諦)를 함께 할 사람이 없으니 몹시도 사와 한 번 눈썹을 펴고 토론하고 싶은데 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소.
약간의 졸서가 있어서 부쳐 보내니 거두어 들이기 바라오. 비오기 전의 잎은 얼마나 가려 놓았는지. 어느 때나 부쳐 보내 이 차의 굶주림을 진정시켜 주려는가 날로 바라며 불선.
향훈에게 가는 한 장의 편지는 행여 전달해 주기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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