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보냈지만 한번도 답은 보지 못하니 아마도 산중에는 반드시 바쁜 일이 없을 줄 상상되는데 혹시나 세체(世諦)와는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나처럼 간절한 처지인데도 먼저 금강(金剛)을 내려주는 건가. 다만 생각하면 늙어 머리가 하얀 연령에 갑자기 이와 같이 하니 우스운 일이요, 달갑게 둘로 갈라진 사람이 되겠다는 건가. 이것이 과연 선에 맞는 일이란 말인가. 나는 사를 보고 싶지도 않고 또한 사의 편지도 보고 싶지 않으나 다만 차의 인연만은 차마 끊어버리지도 못하고 쉽사리 부수어 버리지도 못하여 또 차를 재촉하니, 편지도 보낼 필요 없고 다만 두 해의 쌓인 빚을 한꺼번에 챙겨 보내되 다시 지체하거나 빗나감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거요. 그렇지 않으면 마조(馬祖)의 갈(喝)과 덕산(德山)의 봉(棒)을 받을 것이니, 이 한 갈과 이 한 봉은 아무리 백 천의 겁(劫)이라도 피할 길이 없을 거외다. 모두 뒤로 미루고 불식. [주D-001]덕산(德山)의 봉(棒) : 덕산은 인명임. 당(唐)의 고승(高僧)으로 성은 주씨(周氏), 검 남인(劍南人)임. 어려서 출가하여 깊이 경률(經律)을 밝혀 《금강경》을 통달하니 당시에 주금강이라 일컬었음. 선종(宣宗) 태중(太中) 초에 무릉자사(武陵刺史) 설연망(薛延望)이 굳이 청하여 덕산에 살았는데 그 도가 준험(峻嶮)하여 천하의 납자(衲子) 를 봉살(棒殺) 하였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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