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0]

천하한량 2007. 3. 9. 18:21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0]

이미 이 걸음을 가졌으니 장차 선사(先事)를 추급하고 역로의 선방(禪房)에서 묵으려고 했었는데 바로 곧 선납(善衲)이 소매 속에 간직하고 온 서한을 받으니 너무도 반가워서 마치 침개(鍼芥)의 감응이 있는 듯하오. 옛날을 추억하면 자못 감촉됨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 몸은 은유(恩宥)를 입게 되었으니 감격하고 황공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비록 내일이라도 바로 산에 올라가서 손을 마주잡고 쾌히 옛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오. 연계(蓮界)의 일에 이르러는 서를 만들어서 한번 폐단을 이야기한 일이 있으니 아마도 와서 산문(山門)을 괴롭히지는 않을 것 같으오.
내 걸음은 어제 돛단배 하나로 소완도(小莞島)에 당도했고 지금 또 순풍을 만나 왔으니 이는 자못 신의 도움이 있는 듯하오. 모두가 왕령(王靈)이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겠소.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더 말하지 아니하며 이만 줄이오.

[주D-001]연계(蓮界) : 불사(佛寺)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