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9]

천하한량 2007. 3. 9. 18:20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9]

병중의 침석에 연달아 선함을 보니 바로 하나의 혜명(慧命)을 이어가는 신부(神符)인 동시에 이마를 적셔주는 감로(甘露)도 어찌 이보다 낫다 하리오.
보내 준 차는 병든 위(胃)를 쾌히 낫게 해 주니 느꺼움 간절하여 뼈에 사무치는데 하물며 이와 같은 침돈(沈頓)한 속에서랴!
자흔(自欣)과 향훈(向熏)까지도 각각 멀리 보내 준 것이 있어 그 뜻이 진실로 후하니 나를 위해 대신 치사를 해주오.
훈납(熏衲)이 따로 박생(朴生)에게 준 엽차는 아마도 파공(坡公)의 추차아(麤茶芽)에 못지 않게 향그러운 맛이 극히 아름다우니 행여 나를 위해 다시 한 포를 청하는 것이 어떠하오.
내 병이 웬만하면 특별히 졸서(拙書)로써 작환(雀環)의 보답을 할 것이니 아울러 이 뜻을 훈납에게 미치어 즉시 도모하도록 해주기 바라오.
포장(泡醬)도 매우 좋아서 역시 병든 혀를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니 감명이 깊소이다.
진사의 행적은 이 편에 돌려보내니 이에 의하여 행해도 무방할 것이며 두 서(敍)도 산삭할 것은 없는데 원록(原錄) 속에 자못 더러 상의해야 할 곳이 있을 듯하오.
그러나 지금 나의 정신이 접속되지 않아서 일일이 정정할 수 없으며 이는 하루의 일이 아니니 조금 다른 날을 기다려서 다시 정정하는 것도 좋고 이대로 시행하는 것도 역시 좋을 거요. 선문의 문자는 조금 이상한 데가 있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살려 보기 때문이외다.
성고(盛藁)는 조금 정신이 맑아질 때를 기다려서 세세히 거쳐 볼 양으로 여기에는 자세히 말하지 않으나 요컨대 백파 늙은이의 마견(魔見)으로 뽑아와도 되는 것은 아니외다.
천한 병은 이제 벌써 오십 일이 되어 마치 멈춘 물이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소. 날마다 엿 냥 쭝의 인삼을 시복(試服)하여 이미 오륙 근의 많음에 달했으니 지금까지 버티어 온 것도 그 힘인지 모르겠소. 횡설수설 간신히 적으며 불선.

[주D-001]작환(雀環) : 참새가 옥고리를 물고 와서 은혜를 갚은 한(漢) 양보(楊寶)의 고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