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에게 주다[與草衣][1] |
산중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니 마치 제유(諸有)를 벗어나 삼매(三昧)의 경지로 들어선 것 같았소. 다만 꿈속의 잠꼬대가 많이도 사의 무리에게 괴이한 꼴을 보였으니 행여 산이 조롱하고 숲이 꾸지람하는 일이나 없었는지요. 바로 곧 범함(梵椷)을 받아보니 자못 못 마친 인연을 다시 잇는 듯하여 기쁨과 칭송이 어울리는구려.
해사(海師)는 한결같이 맑고도 왕성한지요. 정근(情根)이 얽히고 맺히어 끊어 없애자도 아니 되외다.
속인은 따분한 일들이 여전히 덮치고 덮치니 족히 범청(梵聽)에 누를 끼칠 게 없고말고요.
주관(珠串 염주)은 이 편에 보내는데 원래는 마흔두 알로서 사십이장(四十二章)의 수에 응한 것이었으나 둘은 깨어져 없어졌으니 한스럽지만 어쩌겠소.
[주D-001]제유(諸有) : 불가의 용어로서 중생의 과보(果報)가 인(因)이 있으면 과(果)가 있으므로 유(有)라 이름. 삼유(三有)·사유(四有)·칠유(七有)·구유(九有)·이십오유(二十五有) 등의 구별이 있으므로 총괄하여 제유라 이름.
'▒ 완당김정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 (0) | 2007.03.09 |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 (0) | 2007.03.09 |
백파에게 주다[與白坡][3] (0) | 2007.03.09 |
백파에게 주다[與白坡][2] (0) | 2007.03.09 |
백파에게 주다[與白坡][1] (0) | 2007.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