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홍군 현보 에게 주다[與洪君 顯普][2]

천하한량 2007. 3. 9. 04:48
홍군 현보 에게 주다[與洪君 顯普][2]

바다 끝과 하늘가에 십 년을 동떨어져 있었는데 어찌 사흘 밤을 같이 지냈다 해서 쌓이고 쌓인 것이 다 풀렸다 이르리오.
다만 객지에서 존수부(尊帥府)와 더불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비록 하나의 전광석화(電光石火)였지만 역시 우연은 아닌 듯싶었네. 미렴(米鹽)이 능잡(凌雜)한 곳에서 이 희환(喜歡)의 연을 얻었으니 거양(擧揚)할 만하지 않은가.
곧 또 반가운 서한을 멀리 보내주니 여정(旅程)의 남은 인연을 이을 만하며 불일(佛日)이 하마 지나서 녹음은 날로 살지는데 이별 후로 좌리(佐履)가 평안하여 순행길을 모시고 잘 돌아왔는지 몹시 궁금하며 직무에 임한 날도 꽤 오래 되었으니 이것저것 생소한 것도 차츰 익숙해지곤 하는가. 염려가 된다네.
천한 몸은 고향에 돌아와 엎드렸으니 오직 임금님의 은택을 노래하고 읊조릴 따름이며 화표(華表)의 느낌 같은 것에 이르러서는 경지에 따라 촉발되니, 또한 언어나 문자로써 능히 형용할 바가 아니로세.
먼 길을 거쳐 오자니 수륙(水陸)의 남은 피로가 겹치고 겹쳐 졸연간 떨치고 일어날 수 없네. 모두가 노쇠의 현상이라 민망할 뿐이로세.
환약(丸藥) 종류는 바로 곧 천리의 홍모(鴻毛)라 심상에 비할 바 아니니 멀리서 감사드리네.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불선.

[주D-001]좌리(佐履) : 상대방이 주수(主帥)를 보좌하는 처지에 있으므로 한 말임.
[주D-002]화표(華表)의 느낌 : 한(漢) 나라 요동인(遼東人) 정영위(丁令威)의 고사임. 《수신후기(搜神後記)》에 "정영위는 영허산(靈虛山)에서 도를 배우고 뒤에 학으로 화하여 요동으로 돌아와 화표주(華表柱)에 내려앉아서 이르기를 '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如歸 城郭如故人民非何不學仙塚纍纍'라 한다."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