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군 현보 에게 주다[與洪君 顯普][1] |
막바지 섣달에 말없이 앉았자니 마치 원숭이가 찻잔을 대하고 새가 선감(禪龕)에 깃든 것 같아서 조용(照用)이 전혀 사라졌는데 갑자기 보내온 편지를 받으니 안색이 달아오름을 깨닫겠고 또 들기러기가 사람을 본 것과 같아지네.
정이 끌리는 곳에는 늙은 돌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고 하였지만 그러나 동파의 송(頌)에는 오히려 이르기를 "공경을 다할 뿐이지 마음을 일으킴은 왜냐."라 하였으니 대개 응진(應眞)에 있어 깊이 경계를 지니게 한 한 겹 더나간 공안(公案)이 되는 것이니 시험 삼아 이로써 당부(棠府 감영(監營)을 말함)에 전달하여 일전어(一轉語)를 내리게 함도 역시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하네.
설을 가까이 둔 한번의 추위는 특별히 심하여 강기슭의 얼음 기둥과 설차(雪車)가 다시금 살갗을 에는 듯하니 아무리 따뜻한 옥과 따뜻한 털방석으로도 막아낼 도리가 없을 듯한데 하물며 종이창과 대자리는 밑바닥까지 거칠고 쓸쓸한 것임에야 어쩌겠나.
다시 묻노니 이 즈음에 구유(氍毹 털방석)에서 더운 김을 빌리어 체력이 더욱 전보다 나은지? 그리움 간절하네.
천한 몸은 한 가지도 일컬을 만한 것은 없으며 근간에 강상에서 설을 지내는데 다만 묵은 병이 침범해 올 따름이라네. 보내준 여러 물품은 너무도 마음을 써주니 감사할 뿐일세. 눈이 침침하여 간신히 적으며 그대 위해 기쁘고 길한 일이 더하기를 비네. 불선.
[주D-001]조용(照用) : 《전등록(傳燈錄)》에 "한 글귀의 말에도 조(照)가 있고 용(用)이 있는데 혹은 조용(照用)이 때를 함께 하기도 하고 때를 함께 하지 않기도 한다." 하였다.
[주D-002]응진(應眞) : 《삼장기(三藏記)》에 "응(應)은 능응(能應)의 지(智)를 이름이고 진(眞)은 곧 응한바의 이(理)이다. 지로써 이(理)를 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응진이라 한다." 하였고, 아라한(阿羅漢)의 구역(舊譯)에는 "인천(人天)의 공양을 응수(應受)하는 진인(眞人)이다." 하였음.
[주D-003]공안(公案) : 불교에서 한 가지 일을 가설하여 선리(禪理)로 판결하는 것을 이름.
[주D-004]일전어(一轉語) : 기전(機轉)의 일어(一語)인데 심기(心機)의 격외(格外) 어구를 발양 전변(發揚轉變)하는 것을 이름. 《전등록(傳燈錄)》백장장(百丈章)에 "황벽(黃檗)이 말하기를 '옛사람은 단지 일전어를 착대(錯對)하면 오백생(五百生)을 야호(野狐)의 몸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하였음.
[주D-002]응진(應眞) : 《삼장기(三藏記)》에 "응(應)은 능응(能應)의 지(智)를 이름이고 진(眞)은 곧 응한바의 이(理)이다. 지로써 이(理)를 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응진이라 한다." 하였고, 아라한(阿羅漢)의 구역(舊譯)에는 "인천(人天)의 공양을 응수(應受)하는 진인(眞人)이다." 하였음.
[주D-003]공안(公案) : 불교에서 한 가지 일을 가설하여 선리(禪理)로 판결하는 것을 이름.
[주D-004]일전어(一轉語) : 기전(機轉)의 일어(一語)인데 심기(心機)의 격외(格外) 어구를 발양 전변(發揚轉變)하는 것을 이름. 《전등록(傳燈錄)》백장장(百丈章)에 "황벽(黃檗)이 말하기를 '옛사람은 단지 일전어를 착대(錯對)하면 오백생(五百生)을 야호(野狐)의 몸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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