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3]

천하한량 2007. 3. 9. 04:47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3]

요사이 혹은 산 절에 가고 혹은 강정(江亭)에 가느라니 어느덧 연화바람[楝花風]이 불어오는 줄도 몰랐네. 자네 역시 총총하여 이와 같이 소식이 끊겼으려니 생각했는데 바로 곧 편지를 받아 보니 막혔던 나머지라서 더욱 반가워 가슴이 열리네.
다만 동래(東萊) 소식이 사뭇 깜깜하니 염려로세. 어느 제나 바다를 건너겠는가. 멀리서 마음 쓰이네.
열 개의 대련은 마침 좋은 벼루가 생겨 하인을 세워 놓고 쾌히 붓을 휘둘러 대었으니 늙은 사람 일로써 이와 같이 쉽게 할 수는 없는 것인데, 이는 그대의 청이기 때문이란 말인가. 나 역시 생각밖이로세. 남들이 보면 이로써 늙은 사람도 남을 수응(酬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여길 것이니, 그 역시 웃을 만한 일이로세.
돌아가는 하인의 걸음이 심히 바빠 되는 대로 적었네.
소첩(小帖)과 소축(小軸)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네. 석농(石農)의 전촉이 이와 같이 한만하니 얼른 성취되겠는가. 다만 그대의 낯으로 보아 한번 시험은 해 보겠으나 과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오군(吳君)은 돌아왔다는데 무슨 들을 만하고 볼 만한 것이 있었는가. 들녘 밖이라 인연이 없어 한탄스럽네.
황보비(皇甫碑)는 아직도 찾아 오지 못했으니 두고 기다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