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생 경석 에게 주다[與吳生 慶錫][4] |
고분(叩盆)의 슬픔은 너무도 놀라워 견딜 수 없네. 이 일은 비단 노년 중년이 당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소년도 역시 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이는 이른바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차군(此君)과 더불어 마찬가지라네.
나도 일찍이 이 경지를 겪어서 그 달고 쓴 것을 익히 알기에 말일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녹이자면 종립(棕笠)과 동극(東屐)으로 벗을 삼아 산빛깔 강소리 사이에 소요하며 낭만을 노래하는 것만 같음이 없다네.
한번 시험해 보지 않으려나. 이 땅은 비록 천태(天台)·안탕(雁宕)의 승경은 없을망정 과히 높잖은 푸른 메뿌리와 한 줄기 푸른 샘이 그림에도 마땅하고 시에도 마땅하며 더욱이 근일에 와서는 녹음이 눈에 가득하고 마을의 하루는 한 해와 같이 기니 그대 생각이 몹시 나서 견딜 수 없었는데 그 사이 겪은 재앙이 이와 같이 심할 줄은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편지를 받아보니 마음둘 곳이 없네.
부쳐온 용정(龍井)의 특품은 여간한 관심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를 구득했으리오. 감사 감사하며 지첩(紙箑)은 바로 써서 보낼 작정일세. 온 하인이 당장 돌아간다기에 길게 쓰지 못하고 모두 뒤로 미루네. 불선.
사공표성(司空表聖)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은 시의 경지가 아닌 것이 없거니와 파공(坡公 소동파임)의 "빈 산에 사람은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이 핀다.[空山無人 水流花開]"와 "산은 높고 달은 작으며 물은 빠지고 돌이 나온다.[山高月小 水落石出]"라는 것도 바로 무상의 묘법인데 지금 이 낙목 일안(落木一雁)은 두 분의 밖에 또 하나의 특이한 경개를 뽑아냈으니 소당(小棠)의 가슴속에는 천기(天機)가 스스로 만족하여 두 분을 넘어설 수 있단 말인가.
일찍이 소당의 시를 보니 "새벽녘에 온 꾀꼬리가 깊은 생각을 지녔다.[曉來黃鳥有深思]"라는 글귀가 있어 너무도 사공(司空)의 풍류와 같으니 과연 일안(一雁)의 경지 속에서 얻은 것이 있단 말인가.[주D-001]고분(叩盆) : 아내 잃은 슬픔을 말함. 《장자(莊子)》지락(至樂)에 "莊子妻死 惠子弔之 莊子方箕踞叩盆而歌"라는 대문이 있음.
[주D-002]차군(此君) : 대를 이름. 《진서(晉書)》왕휘지전(王徽之傳)에 "일찍이 공택(空宅)에 붙여 살면서 사람을 시켜 대를 심게 하므로 그 까닭을 물으니 다만 소영(嘯詠)하며 대를 가리켜 말하기를 '何可一日無此君耶'라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그와 마찬가지로 아내란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쓴 것임.
[주D-003]종립(棕笠)과 동극(桐屐) : 야자나무로 만든 삿갓과 오동나무로 판 나막신을 이름.
[주D-004]천태(天台) ·안탕(雁宕) : 천태는 산 이름인데 중국 절강(浙江) 천태현 북쪽에 있어 예로부터 비선(飛仙)이 사는 곳이라 함. 안탕도 산 이름인데 절강 낙청현(樂淸縣) 동쪽 90리에 있어 수백 리를 반곡(盤曲)하였으며 그 봉우리가 1백 2이고 골짜기가 10이고 동(洞)이 8이고 암(巖)이 30으로 쟁기경승(爭奇競勝)한데다 절정에는 호수가 있어 물이
[주D-005]용정(龍井)의 특품 : 중국 절강 용정에서 생산되는 차를 이름인데 천하의 명품임.
[주D-006]온 하인[來星] : 성(星)은 종을 말한 것임. 당 나라 한유(韓愈)의 종의 이름이 성이므로 이에서 기인되었음. 한유의 송궁문(送窮文)에 "主人使奴星 結柳作車"라는 대문이 있음.
[주D-007]사공표성(司空表聖) : 당 나라 우향인(虞鄕人)으로 이름은 도(圖), 자는 표성인데 함통(咸通) 말의 진사이며 경복(景福) 중에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제수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중조산(中條山)의 왕관곡(王官谷)에 은거하여 내욕거사(耐辱居士)라 자호하였는데, 그 당시 구적(寇賊)이 잔포(殘暴)하였으나 유독 왕관곡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사인(士人)들이 그곳에 가서 피난하였다. 그는 일찍이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저술하였다.
[주D-008]빈 산에……핀다[空山無人 水流花開] : 소식의 나한송(羅漢訟)에 나온 글임.
[주D-009]산은 높고……나온다[山高月小 水落石出] : 소식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나온 말임.
[주D-002]차군(此君) : 대를 이름. 《진서(晉書)》왕휘지전(王徽之傳)에 "일찍이 공택(空宅)에 붙여 살면서 사람을 시켜 대를 심게 하므로 그 까닭을 물으니 다만 소영(嘯詠)하며 대를 가리켜 말하기를 '何可一日無此君耶'라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그와 마찬가지로 아내란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쓴 것임.
[주D-003]종립(棕笠)과 동극(桐屐) : 야자나무로 만든 삿갓과 오동나무로 판 나막신을 이름.
[주D-004]천태(天台) ·안탕(雁宕) : 천태는 산 이름인데 중국 절강(浙江) 천태현 북쪽에 있어 예로부터 비선(飛仙)이 사는 곳이라 함. 안탕도 산 이름인데 절강 낙청현(樂淸縣) 동쪽 90리에 있어 수백 리를 반곡(盤曲)하였으며 그 봉우리가 1백 2이고 골짜기가 10이고 동(洞)이 8이고 암(巖)이 30으로 쟁기경승(爭奇競勝)한데다 절정에는 호수가 있어 물이
[주D-005]용정(龍井)의 특품 : 중국 절강 용정에서 생산되는 차를 이름인데 천하의 명품임.
[주D-006]온 하인[來星] : 성(星)은 종을 말한 것임. 당 나라 한유(韓愈)의 종의 이름이 성이므로 이에서 기인되었음. 한유의 송궁문(送窮文)에 "主人使奴星 結柳作車"라는 대문이 있음.
[주D-007]사공표성(司空表聖) : 당 나라 우향인(虞鄕人)으로 이름은 도(圖), 자는 표성인데 함통(咸通) 말의 진사이며 경복(景福) 중에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제수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중조산(中條山)의 왕관곡(王官谷)에 은거하여 내욕거사(耐辱居士)라 자호하였는데, 그 당시 구적(寇賊)이 잔포(殘暴)하였으나 유독 왕관곡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사인(士人)들이 그곳에 가서 피난하였다. 그는 일찍이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저술하였다.
[주D-008]빈 산에……핀다[空山無人 水流花開] : 소식의 나한송(羅漢訟)에 나온 글임.
[주D-009]산은 높고……나온다[山高月小 水落石出] : 소식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나온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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