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생 경석 에게 주다[與吳生 慶錫][1]

천하한량 2007. 3. 9. 04:44
오생 경석 에게 주다[與吳生 慶錫][1]

그대와 더불어 겨우 두세 번 만났지만 그 손가락은 봄바람을 튕기고 그 입은 꽃다운 향기를 뱉어냄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이상히 여겼는데 곧 서찰을 받아보니 문채(文采)와 사화(詞華)가 또 이와 같이 넉넉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네.
주문세가(朱門世家)의 모든 자제들이 비록 청환(淸宦)과 화직(華職)을 거쳤다 해도 건각(巾角) 추미(麈尾)가 다 이와 같지는 못하니 자못 한탄스러운 일이며 또한 무슨 까닭인지 알 수가 없네.
우선(藕船) 같은 사람은 바로 하나의 기린의 뿔이 세상에 나타났다 여겼는데 그 뒤를 이어 섭진추영(躡塵追影)하는 일족(逸足)이 또 몇이나 있는지 듣고 싶네.
그러나 하늘이 총명을 주는 것은 귀천이나 상하나 남북에 한정되어 있지 아니하니 오직 확충(擴充)하여 모질게 정채(精彩)를 쏟아나가면 비록 구천 구백 구십 구분은 도달할 수 있으나 그 나머지 일분의 공부는 원만히 이루기가 극히 어려우니 끝까지 노력해야만 되는 거라네. 연본(聯本)은 써보내며, 나머지는 불선식.

[주D-001]섭진추영(躡塵追影)하는 일족(逸足) : 섭진추영은 먼지를 밟고 그림자를 따라간다는 것으로 뒤에 오는 명마(名馬)가 앞서가는 명마를 따라간다는 것임. 일족은 질족(疾足)과 같은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