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이우선 상적 에게 주다[與李藕船 尙迪][4]

천하한량 2007. 3. 9. 04:41
이우선 상적 에게 주다[與李藕船 尙迪][4]

적도(赤道)가 반듯해지자 비로소 봄 뜻이 무르익음을 깨닫겠구려. 문을 열고 바라보니 마을 버들은 하늘거리고 청계(淸溪) 관악(冠岳) 두 골짝의 산 기운도 또한 노인에게 거슬림을 주지 않으니 말이오. 번풍(番風)이 계속 불어 오는데 기거가 평안한지요. 생각이 간절하외다.
계방(季方)은 그 사이에 잘 돌아왔으며 탕(湯)씨 고(顧)씨는 둘이 다 원만하여 늙은 눈으로 하여금 금비(金篦)를 만나 죽음에 가까운 연령으로 조문(朝聞)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게 되었는지요? 근래에는 마음이 더욱 조급해지니 가련만 하외다.
마침 남쪽 차를 얻었으므로 이 편에 약간을 나눠 보내는데 먼저번 것에 비교하여 더욱 나은 것 같소. 계씨의 행장에도 이 등속을 가지고 왔는지요? 계씨의 서신에는 들음직한 것이 있을 줄로 생각되는데 과연 어떻게 되었지요? 무슨 적확한 것을 얻어 왔는지 모르겠소. 행여 궁금증을 깨뜨려 주셨으면 하오.
세상은 여전하여 남쪽 상인은 구애가 없다는데 황하의 남북에는 대단히 시끄럽다니 이건 또 어쩐 일이지요? 온 촉(蜀)땅은 이미 북쪽의 소유가 아니라 하니 그렇다고 하던가? 우선 뒤로 미루고 불선.

[주D-001]금비(金篦) : 안막(眼膜)의 몽예(蒙繄)를 걷어내는 기구임. 《법언주림(法言珠林)》에 "후주(後周) 사람 장원(張元)이 그의 조부가 상명(喪明)이 되자 근심하던 중 《약사경(藥師經)》을 읽다가 맹자(盲者)도 눈을 뜬다는 말을 보고서 중에게 청하여 마침내 의식(儀式)에 의해 전송(轉誦)하기를 이레 동안 하였는데, 꿈에 한 노인이 금비로 그의 조부의 눈을 치료하며 하는 말이 '사흘만 지나면 눈이 나을 것이다.'고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자신의 몽매(蒙昧)에 비유하여 쓴 말임.
[주D-002]조문(朝聞)의 소원 : 《논어(論語)》이인(里仁)의 "朝聞道夕死可矣"라는 대문에서 나온 것임.
[주D-003]세상은 여전하여 : 된다 된다 말만 있고 되지 않은 것으로 그 시기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임. 《좌전(左傳)》양공(襄公) 8년에 "俟河之淸 人壽幾何"가 있고, 또 《습유기(拾遺記)》에는 "黃河一淸"이 있음.
[주D-004]대단히 시끄럽다니 : 전쟁이 일어났다는 말임. 《주역(周易)》곤(坤) 상효(上爻)에 "龍戰于野 其血玄黃"이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