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이우선 상적 에게 주다[與李藕船 尙迪][3]

천하한량 2007. 3. 9. 04:40
이우선 상적 에게 주다[與李藕船 尙迪][3]

동으로 돌아온 것은 가위 매달린 벼랑에서 활개를 친 격[懸厓撒手]인데 어찌 개운치 못하게 어물어물 그대로 놓아둘 줄이야 알았겠소. 끝맺음이 어찌 되겠소? 깊고 중함이나 없겠소? 생각만 해도 두려웁구려. 눈 하늘이 몹시도 찬데 동정이 편안한지 구구한 염려는 또 다른 때에 비할 바 아니외다.
이 몸은 상기도 세상에 살아 있다 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도 역시 무지하고 둔한데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여기겠소.
치형(稚蘅)의 촉탁은 저버릴 수 없는 것인데 방향을 모르니 어찌하지요. 그대의 손끝으로 달 그리는 것[指端摽月]을 따를 작정인데 한번 면대하기가 이처럼 더디니 답답하오. 사성(使星)은 하마 움직였을 듯한데 어떻게 주선을 했는지 우선 이를 묻는 바이며 그 사이에 혹 퇴행(退行)을 하였는지요. 아울러 물으며 불선.

[주D-001]매달린……격[懸厓撒手] : 살수(撒手)는 방수(放手)임. 승(僧) 청홍(淸珙) 시에 "望見嶮巇多退步 有誰撒手肯承當"의 구가 있음.
[주D-002]개운치……줄 : 개운치 못함을 비유한 것임. 《통속편(通俗編)》에 "《엄창랑시화(嚴滄浪詩話)》에 이르기를 '語貴脫灑 不可拖泥帶水'라 하였는데, 속어(俗語)가 이에 근본된 것이다." 하였다.
[주D-003]손끝으로……것[指端摽月] : 《원각경(圓覺經)》에 이르기를 "修多羅敎 如摽月指 若復見月 了知所摽 畢竟非月"이라 하였음.
[주D-004]사성(使星) : 사자(使者)를 말함. 한 화제(漢和帝)가 사자를 나누어 보내어 미복(微服)으로 단행(單行)하여 각기 군현(郡縣)에 가서 풍요(風謠)를 관채(觀採)하게 한 바 사자 두 사람이 익주(益州)에 당도하여 이합(李郃)의 후사(侯舍)에 투숙하는데 이합이 묻기를 "이군(二君)이 경사(京師)를 떠날 때 어찌 조정에서 두 사자를 보낸 줄 알았겠는가?" 하자, 두 사자가 "어떻게 알았는가?" 하니, “두 사성(使星)이 익주 분야(分野)로 향하였기 때문에 알았다."고 하였다. 《後漢書 李郃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