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7]

천하한량 2007. 3. 9. 04:25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7]

뜻밖의 서한이라 역시 뜻밖의 위안을 가져다 주는구려. 어제는 비가 오다가 오늘은 개니 개기를 바라던 기쁨 또한 뜻밖의 기쁨이 아니겠소. 다시금 천중(天中)의 가절에 영감의 정후 복을 누리시는지요? 마음껏 비외다.
표류한 왜인에 대한 번뇌는 족히 신경쓸 게 못되오. 다른 나라 배의 경찰(詗察)에 이르러서는 격탁(擊柝)의 경계로 보아 확실히 깨우쳐 단속할 바이지만 천 리 밖의 일이라 어찌 족히 이 땅의 소요야 되리까. 중국의 오문(澳門) 천진(天津) 사이에는 이를테면 화기(花旗) 황기(黃旗) 백기(白旗) 단응(單鷹) 쌍응(雙鷹)의 등속이 있어 해마다 왕래하여 칠팔천 척이 되는데 동속(東俗)이 매양 오랑캐의 정세에 익숙하지 못하니 보는 일이 적음으로써 괴이 여김이 많음은 당연한 일이라 우스울 밖에요.
누인은 병든 다리가 아려서 괴로움이 더하니 답답하구려.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의식을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격탁(擊柝)의 경계 : 문을 겹겹이 하고 딱딱이를 친다는 말로서 도적을 막는 데에 쓰는말임. 《주역(周易)》계사(繫辭)에 "重門擊柝 以待暴客 蓋取諸豫"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