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5] |
만약 영감의 서찰이 아니라면 무엇이 이 눈을 열리게 하겠소. 날은 길어 한 해 같은데 종일토록 들리는 것은 다만 지저귀는 새소리뿐이라오.
뜻밖에 서찰을 접하게 되니 마치 쑥밭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반기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지요. 따라서 며칠 사이에 영감의 정후 왕성하시다니 퍽이나 마음 흐뭇하외다.
모처의 배는 이미 떠났다더군요. 온 섬 백성의 쾌한 마음은 홍모박(紅毛舶)이 멀리 떠난 것과 같아서 촉도(蜀道)와 강장(康莊)이 잠깐 사이에 경지가 바뀜을 볼 것이니 더욱 칭송하여 마지않사외다.
누인은 아직 나은 점이 없으니 남을 대해 병을 말하는 것도 지리한 감이 드는구료. 어찌하지요? 월례의 도움은 영감의 정념에서 나온 것인데 부끄러움 없이 척척 받아 자기의 고유물같이 생각하고 있으니 다만 포철(哺啜)하는 자가 되고 말 따름이라 비록 주식(酒食)의 정길(貞吉)은 있을지라도 곧 사람이 천히 여기는 대상이 되지 않겠어요.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요.
약과 인삼을 아울러 염려해주시니 어찌 천만 번 감사하지 않으리까. 안질이 근자에 더하여 간신히 적으니 글자가 되지 않는구려.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홍모박(紅毛舶) : 외국의 상선(商船)임. 서양인이 머리털이 붉으므로 홍모박이라 일렀는데 일찍이 이 배가 제주도에 정박하자 동인(東人)들이 마치 난리가 일어난 것처럼 소요를 일으킨 일이 있음.
[주D-002]촉도(蜀道)와 강장(康莊) : 촉도는 천하의 제일 험로(險路)이고 강장은 큰 길인데 《이아(爾雅)》석궁(釋宮)에 "五達爲之康 六達爲之莊"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위급한 상태가 경각간에 안락으로 변했다는 말임.
[주D-003]포철(哺啜) : 음식에만 뜻을 둠을 이른 말임. 《맹자(孟子)》이루(離婁)에 "子之從於子敖來 從餔啜也 我不意子學古之道 而以餔啜也"라 하였음.
[주D-004]주식(酒食)의 정길(貞吉) : 《역(易)》수괘(需卦) 오효(五爻)에 "需于酒食 貞吉"이라 하였고, 상(象)에 "酒食貞吉 以中正"이라 하였음.
[주D-002]촉도(蜀道)와 강장(康莊) : 촉도는 천하의 제일 험로(險路)이고 강장은 큰 길인데 《이아(爾雅)》석궁(釋宮)에 "五達爲之康 六達爲之莊"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위급한 상태가 경각간에 안락으로 변했다는 말임.
[주D-003]포철(哺啜) : 음식에만 뜻을 둠을 이른 말임. 《맹자(孟子)》이루(離婁)에 "子之從於子敖來 從餔啜也 我不意子學古之道 而以餔啜也"라 하였음.
[주D-004]주식(酒食)의 정길(貞吉) : 《역(易)》수괘(需卦) 오효(五爻)에 "需于酒食 貞吉"이라 하였고, 상(象)에 "酒食貞吉 以中正"이라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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