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4]

천하한량 2007. 3. 9. 04:24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4]

인편이 돌아오자 보내 주신 답서를 받으니 자리를 마주하고 반갑게 웃는 것 같아서 머나먼 백리 길도 지척의 형세가 있음을 느끼외다. 다시 묻노니 연화바람[楝花風]에 영감의 정후 날로 편안하신지요? 어수선하게 눈 앞에 들어오는 것들이 모두가 설고 설지 않으리까만 단지 어별은 진화(進化)시키기 어려운 물이 아니요, 다른 풍속도 한 번 변하면 도에 이르러갈 수 있는 것이니 백성을 수(壽)하게 하는 금단(金丹)이 장차 도탄에 빠진 것을 임석(衽席)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줄 믿소. 더구나 복성(福星)이 비치는 곳엔 지난날의 참창(欃槍)을 어찌 근심하오리까. 천한 몸은 갑자기 며칠 전부터 까닭없이 병이 더쳐 실로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오.
별록의 내용은 삼가 자세히 살폈으나 이에 대해서는 불가불 다시 변명이 있어야 하겠기에 또 이렇게 계속 갖추는 것이며 서찰을 자주 보내는 것은 삭소(數疏)의 혐의가 있을까 두려우나 시절탁차(偲切琢磋)에 있어서는 좋은 금일수록 백 번 달구는 것을 마다 아니하고 아름다운 옥은 천 번 가는 것을 사양 않는 법이니 행여 듣기 괴로운 말이라서 눈썹 찌푸리는 상을 짓지 말아주었으면 하오. 그저 웃으며 식을 갖추지 못하옵니다.

[주D-001]연화바람[楝花風] : 3월 곡우절(穀雨節) 최후의 화신풍(花信風)을 이름. 《車皐雜錄》에 "화신풍은 매화풍(梅花風)이 최선(最先)이고 연화풍이 최후이다." 하였음.
[주D-002]한 번……것 : 《논어(論語)》옹야(雍也)에 "齊一變至於魯 魯一變至於道"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서는 천황(天荒)의 지역을 문명의 지역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임.
[주D-003]도탄에……믿소 : 도탄(塗炭)은 소화(水火)의 위급을 말하고 임석은 이부자리의 침소(寢所)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백성을 곤경에서 안락으로 돌려 놓는다는 것임.
[주D-004]참창(欃槍) : 혜성(彗星)의 별칭. 이 별이 나타나면 세상이 어지럽다고 하였음. 《이아(爾雅)》에 "彗星爲欃槍"이라 하였음.
[주D-005]삭소(數疏) : 《논어(論語)》이인(里仁)에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라는 대문이 있음.
[주D-006]시절탁차(偲切琢磋) : 시절은 절절시시(切切偲偲)의 약칭이고 탁차는 여탁여마(如琢如磨) 여절여차(如切如磋)의 합칭인데, 붕우간에 쓰는 말임. 《論語 子路·里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