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재 돈인 에게 주다[與權彝齋 敦仁][20] |
해마다 버들의 새싹과 꽃술이 늘어지고, 해마다 닷새만큼 바람이 불고 열흘만큼 비가 내리며, 연년이 경과하는 가운데 매양 연시(年時)가 이를 적마다 광경(光景)이 자못 다르고 흥취(興趣)도 또한 달라집니다. 그리하여 이합(離合)과 비환(悲歡), 진퇴(進退)와 득상(得喪)이 모두 이 가운데서 달고 매운 맛을 골고루 겪으며, 도가륜(陶家輪) 위에서 빙빙 돌고 낭도사(浪淘沙) 가운데 부침(浮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마루의 구름과 변새의 달도 한결같이 시시각각으로 변천하고 있으니, 현재 처해 있는 입지는 과연 또 어느 문면(門面)인지 감히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버리고 형체를 해쳐서 매양 허깨비[幻]만 잡고 참(眞)을 빠뜨려 버리므로, 정신은 이미 통하였으나 형체는 막혀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산장(山莊)이나 산사(山寺)에 있을 때 마음속에 백천 가지로 얽히고 설킨 것도 결국은 형체에 이끌림을 면치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또 사람을 곁에서 가만히 살펴보면 오직 형체만을 추구하고 정신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또한 나도 모르게 폭소(爆笑)를 터뜨릴 지경입니다.
차가운 절기는 이미 지났으나 바람 끝이 아직 매서운데, 균체도(勻體度)가 신명의 보우를 받아 편안하시고, 강가와 들 밖에는 붉고 푸른 온갖 경치가 좋은 이때에 기거도 따라서 기쁘신지, 우러러 기도하여 마지 않습니다.
나의 마음은 합하의 시존(詩存)에 마음이 대단히 쏠리어 여러 번을 익히 읽고 나서, 자주 정중히 하교해 주신 말씀 때문에 망녕되이 평점(評點)을 가하였으니, 건방진 행위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스스로 풀 수가 없습니다. 졸문(拙文) 한 대문을 감히 부미(附尾)의 뜻을 본받아 적으면서 크게 광명(光明)하신 어른 앞에 거칠고 비루함을 스스로 숨길 수 없음을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이것까지 올려 보여 드리오니, 혹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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