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재 돈인 에게 주다[與權彝齋 敦仁][7] |
연초에 내가 삼가 올린 서신은 아마 이미 전기(典記)에 올랐을 듯합니다. 2월 20일에 내 집의 사자(使者)가 2월 초순에 보내주신 합하의 서한을 전해왔는데, 이것이 바로 세후의 첫 서한으로서 그 서한이 나온 지가 30일에 불과하였고, 또 최근의 서한이었기에 마치 궤안(几案)을 가까이 모신 것처럼 받들고 기뻐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때로는 《대역(大易)》에서 방통(旁通)과 소식(消息)의 이치를 연구하여 그 면목을 약간 보았는데, 이를테면 겸괘(謙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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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삼효(三爻)가 곤(坤)으로 가서 복괘(復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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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되고, 사괘(師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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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효(二爻)가 곤으로 가서 복괘가 되며, 비괘(比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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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오효(五爻)가 곤으로 가서 복괘가 되어, 대유괘(大有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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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방통(旁通)하고 감괘(坎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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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괘(离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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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체(體)하여 오효(五爻)의 위치를 바로잡음으로써 천심(天心)이 바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되돌아옴에 천지의 마음을 보도다.[復見天地之心]'라고 한 것이 바로 박괘(剝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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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복괘(復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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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서로 소식(消息)하는 것으로서 그 이치가 조금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러므로 궁하면 통할 수가 있고, 죽으면 살 수가 있고, 어지러우면 다스려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역》은 쇠세(衰世)를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현달하면 이것을 근본하여 세상을 다스릴 뿐, 시운(時運)이 어찌할 수 없다고 핑계대지 못하는 것이요, 궁하면 이것을 근본하여 몸을 다스릴 뿐, 기질(氣質)이 변화할 수 없다 하여 물러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변통취시(變通趣時)와 원형이정(元亨利貞)을 가지고 때에 맞춰 행함으로써, 분수를 어기어 뛰어넘는 걱정이 없고, 발휘(發揮)하여 방통(旁通)하는 묘가 있는 것입니다.
옛 사람의 《주역》은 그 응험이 이와 같은데, 지금 사람의 《주역》은 막연하게 응험이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이는 바로 옛 사람은 감히 성인의 말을 업신여기지 않았는데, 지금 사람은 성인의 말을 업신여기는 데에 과감하여 굳세고 사납게 제맘대로만 함으로써 진정한 철인(哲人)은 모두 스스로 어리석은 체하여 버립니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자가 슬기로운 이에게 명령하고, 불초한 자가 어진이에게 군림함으로써 천인(天人)이 서로 함께하는 지극한 이치가 이로 인하여 숨어서 나타나지 않아, 마침내는 건선(乾善)을 배반하여 버리고 곤앙(坤殃)으로 빠져들어서, 돈괘(遯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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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효(三爻)의 극흉(極凶)한 것이 점차로 자라고 쌓여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고금(古今)이 서로 다른 바이며, 천지의 도가 허물어져서 역(易)을 볼 수 없게 된 것인 듯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변통하는 대인(大人)이 있어야만 바른 데로 되돌릴 수 있어 생생(生生)하는 역의 도(道)가 다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변통하는 대인은 고금이 서로 다름이 없으므로, 비록 변통을 하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과는 더불어 이런 이치를 얘기할 만한 자가 없으므로, 인하여 부질없이 써서 언급하는 바이니, 또한 허여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주D-001]되돌아옴에……[復見天地之心] : 이 말은 《주역》복괘(復卦)의 단사(彖辭)에 나온다.
[주D-002]변통취시(變通趣時) : 이리저리 변통하여 시세(時勢)에 타당하게 맞추어 나가는 것을 이름.《주역(周易)》 계사(繫辭)에 "변통이란 시세에 타당하게 하는 것이다.[變通者趣時者也] " 하였다.
[주D-002]변통취시(變通趣時) : 이리저리 변통하여 시세(時勢)에 타당하게 맞추어 나가는 것을 이름.《주역(周易)》 계사(繫辭)에 "변통이란 시세에 타당하게 하는 것이다.[變通者趣時者也] "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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