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석파 흥선대원군 에게 주다[與石坡 興宣大院君][4]

천하한량 2007. 3. 7. 01:21
석파 흥선대원군 에게 주다[與石坡 興宣大院君][4]

새해의 서신은 기쁘기가 거년보다 더하니, 해가 기쁨의 결과가 되는 것인지, 기쁨이 해 때문에 이루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생각하건대, 존체가 길이 편안하십니까? 묵은 질병은 쾌히 낫고 새로운 복은 냇물처럼 흘러 들어와서, 문자(文字)의 길상(吉祥)이 점차로 증장(增長)하는 데 대하여 삼가 우러러 송축하는 바입니다.
척종(戚從)은 실낱 같은 목숨을 구차하게 지탱하면서 원금(冤禽)이 목석(木石)을 나르듯이 헛되이 또 1년을 지났으니, 이것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 외로운 그림자가 또한 추하기만 합니다.
난혈침(蘭頁枕)을 보여주셨는데, 이 사이에 이토록 아름다운 영필(英筆)이 있으니, 육기(六氣)가 손가락 아래 춘풍(春風) 속에는 스며들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남산(南山)이 튼튼하고 곧아서 의당 불일간에 병이 나을 듯합니다.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나머지는 벼루가 얼어 입으로 불어서 녹이는 형편이라 다 갖추지 못합니다.

[주D-001]원금(冤禽)이……나르듯 :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비유한 말. 원금은 옛날 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의 딸이 동해(東海)에서 익사(溺死)하여 새로 화(化)했다는 그 새의 이름인데, 이 새는 자신이 익사한 것에 원한이 맺혀 항상 서산(西山)의 목석(木石)들을 날라다가 동해를 메우려고 했지만, 수고롭기만 할 뿐 동해는 메워지지 않았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02]육기(六氣) : 음양(陰陽)의 여섯 가지 기운. 즉 한(寒)·서(暑)·조(燥)·습(濕)·풍(風)·우(雨)를 가리킨다.
[주D-003]남산(南山)이……곧아서 : 남산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므로, 전하여 장수(長壽)를 비는 데에 쓰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가득찬 둥근 달 같고, 아침에 돋는 해와 같고, 남산이 영원한 것과 같아서, 이지러지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네. [如月之恒 如日之升 如南山之壽 不騫不崩]"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