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 상적(李君尙迪)에게 부탁한 책 보퉁이는 어느 때나 부쳐올는지 모르겠네. 지난번에 홍리 석호(洪吏錫祜)를 인하여 따로 한 장의 편지를 작성해서 인편에 부쳐올 뒷받침으로 삼도록 하였었네. 그런데 들으니, 전에 나를 호송해 왔던 하인들이 거의 다 돌아갔다고 하는데, 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네. 그러니 이것이 혹 홍리가 편지를 전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자네 또한 힘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이 또한 의아스럽고 답답하구려. 나는 역시 이런 것을 힘입어서 한때나마 시름 제거하는 방법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인데, 궁박한 사람의 계책이 사리에 어그러져서 그런 것인가? 한때나마 시름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 또한 그리도 망녕된 것이었던가? 가장(家藏) 중에 첨(簷)을 써 붙이지 않은, 청포(靑布)의 갑(匣)과 황목(黃木)의 가의(加衣)로 된 두 뭉치 법첩(法帖)이 있으니, 이것은 명장(名藏)의 진첩(眞帖)일세. 그 안에는 초서(草書)로 된 천자문(千字文)과 종유(種繇)가 쓴 《영비경(靈飛經)》을 비롯하여 송원(宋元) 시대 사람들의 글씨까지 들어 있으니, 틈나는 대로 찾아내서 가을에 하인이 오는 편에 부쳐 보내주기 바라네. 홍산(鴻山)의 숙주(叔主)께서 빌려가신 단목국호(端木國瑚)의 《주역(周易)》도 또한 찾아다가 함께 보내주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주D-001]명장(名藏) : 옛날에 저서(著書)의 망실(亡失)을 염려하여 저서를 석함(石函)에 담아서 명산(名山)에 갈무리했던 것을 이르는 말로, 전하여 귀중한 옛 전적을 의미한다. 명산장(名山藏). [주D-002]단목국호(端木國瑚) : 청(淸) 나라 때의 학자로서 특히《주역(周易)》에 정통하여《주역지(周易指)》를 저술하였다. | ||
'▒ 완당김정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계 상희 에 주다[與舍季相喜][4] (0) | 2007.03.07 |
---|---|
사계 상희 에 주다[與舍季相喜][3] (0) | 2007.03.07 |
사계 상희 에 주다[與舍季相喜][1] (0) | 2007.03.07 |
사중 명희 에게 주다[與舍仲 命喜][5] (0) | 2007.03.07 |
사중 명희 에게 주다[與舍仲 命喜][4] (0) | 2007.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