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 명희 에게 주다[與舍仲 命喜][2] |
앞서 주편(州便)에 부쳤던 서신은 과연 어느 때나 도달하였던가? 절서가 삼추(三秋)에 속한 이때에 사중(舍仲)의 회갑이 거의 다가왔는데, 우리들의 부모 여읜 외로운 처지에 있어 어찌 보통의 경사처럼 드러낼 것이야 있겠는가. 또 더구나 이런 때이겠는가. 그러나 다만 계방(季方 막내아우를 이름)의 상체(常棣)의 맛 좋은 술이며 벌목(伐木)의 걸른 술과 아린(阿麟)의 미수(眉壽)의 축복이며 대두(大斗)의 축수에 대해서야 또 어떻게 그 정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또한 굽어 따를 수도 있는 것이네.
생각하건대, 이 바다 밖에서 막연하게 마치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처지와 같은 나의 입장이야말로 또한 무슨 정리이겠는가. 그러니 혹시라도 수유(茱萸)가 한 사람이 적다하여 온 집안의 단란한 즐거움에 흠결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또한 반복하여 나를 위하는 일일세. 내가 하늘 한쪽의 방 한 칸에 있는 것이 어찌 이 몸이 날마다 형제들 좌우에 있는 것과 다르겠는가. 오직 형제들이 서로 원만하여 훌륭한 덕으로 장수하고 화락하며, 길이 무궁한 복을 누리어 길사(吉事)의 상서가 있게 되는 것이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기만을 축원할 뿐이네.
가을이 다시 매우 뜨거워서 남은 열기가 아직 높고 서늘한 기미는 아주 약하여 더위가 걷힐 기운이 전혀 없는데, 북쪽의 육지는 요즘에 다시 어떠한가? 이때를 당하여 온 집안이 한결같이 편안하고, 사중의 제절(諸節) 또한 좋아서 난로(難老)를 받았는가? 사계가 조심할 것은 건강인데 아마 사중의 회갑 때에는 참여할 듯하니, 멀리서 마음 쓰이는 것이 또 다른 때에 비할 바가 아니구려. 늙은 자씨(姊氏)와 늙은 서모(庶母)도 모두 편안하시며, 경향(京鄕)의 크고 작은 제반의 상황 또한 모두 길한지, 그지없이 마음 쓰이네.
나는 근래에 와서 눈이 어른어른한 것이 더욱 가중된데다, 밥 못 먹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밥상을 대할 적마다 구역질만 나므로 목구멍에 넘기는 것이 전혀 없는지라, 이 때문에 신기(神氣) 또한 따라서 몹시 쇠진하여 수습할 수가 없네. 그래서 이 글을 경영한 지 오랜만에 이제야 비로소 붓을 들었으나 또한 계속해서 써나갈 수가 없네. 그러나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되는지를 몰라서 또한 그대로 내버려둘 뿐이로세. 비록 의약(醫藥)으로 다스리고자 하나 또한 약재료가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안(安 하인의 이름자임)을 이제야 비로소 보내노니, 글을 짓지 못한 때문에 이토록 지연되었는데, 대략 이 몇 자를 부쳐서 빈손으로 무료하게 돌아가는 것이나 면하게 했을 뿐이네. 나머지는 간초(艱草)를 오래 끌 수 없어 다른 일은 언급하지 못하네. 본가 하인이 의당 이때에 와야 하므로 또한 날로 마음이 쓰일 뿐이네. 아직 다 말하지 못하네.
[주D-001]상체(常棣)의……술 : 형제(兄弟)끼리 모여 주연(酒宴)을 베푸는 것을 뜻함. 《시경(詩經) 》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잔치상 질펀히 벌여놓고, 술을 실컷 마시더라도, 형제들이 함께 있어야, 화락하고 또 즐거우니라.[儐爾籩豆 飮酒之飫 兄弟旣具 和樂且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벌목(伐木)의……술 : 친구들을 초청하여 주연을 베푸는 것을 뜻함.《시경(詩經)》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대그릇 나무접시 질펀한데 형이다 아우다 다들 모였네. ……술이 있느냐 내가 걸르마, 술이 없으면 내가 사오마.[籩豆有踐 兄弟無遠……有酒醑我 無酒酤我]" 한 데서 온 이다.
[주D-003]아린(阿麟) : 상대방의 자식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아(阿)는 곧 진(晉) 나라 완적(阮籍)이 왕혼(王渾)의 아들 융(戎)을 아융(阿戎)이라 미칭한 데서 온 말이고, 인(麟)은 바로 그의 이름자인 것이다.
[주D-004]미수(眉壽)의 축복 : 미수는 장수한 노인을 이르는 말로,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8월에는 대추를 따고, 10월에는 벼를 거둬들여, 맛좋은 술을 빚어넣고, 어른님께 장수를 빌도다.[八月剝棗 十月穫稻 爲此春酒 以介眉壽]"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대두(大斗)의 축수 : 대두는 열 되 들이의 큰 말을 이름. 《시경(詩經)》 대아(大雅) 행위(行葦)에 "큰 말에 술을 가득 부어서, 집안 어른께 장수를 빌도다.[酌以大斗 以祈黃耈]"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수유(茱萸)가……적다 : 형제간의 즐거운 모임에 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고대 풍속에 의하면, 음력 9월 9일이면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의 열매를 따고 국화주(菊花酒)를 마시어 사기(邪氣)를 물리치는바, 이것을 곧 등고회(登高會)라 하는데, 당(唐) 나라 때 왕유(王維)가 9월 9일 산동(山東)에 있는 형제들을 생각하여 지은 시에 "나 홀로 타향에 와서 나그네가 되고 보니, 명절을 만날 때마다 어버이 생각 갑절 더하네. 알건대 우리 형제들 높은 산에 올라가서, 수유를 두루 꽂고 한 사람이 적다 하리라. [獨在異 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徧揷茱萸少一人]" 한 데서 온 말이다. 《王右丞集 卷十四》
[주D-007]난로(難老) : 길이 젊음을 보존하는 것을 뜻함. 《시경(詩經)》 노송(魯頌) 양수(洋水)에 "이미 좋은 술을 마시니, 길이 젊음을 내리리로다.[旣飮旨酒 永錫難老]"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벌목(伐木)의……술 : 친구들을 초청하여 주연을 베푸는 것을 뜻함.《시경(詩經)》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대그릇 나무접시 질펀한데 형이다 아우다 다들 모였네. ……술이 있느냐 내가 걸르마, 술이 없으면 내가 사오마.[籩豆有踐 兄弟無遠……有酒醑我 無酒酤我]" 한 데서 온 이다.
[주D-003]아린(阿麟) : 상대방의 자식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아(阿)는 곧 진(晉) 나라 완적(阮籍)이 왕혼(王渾)의 아들 융(戎)을 아융(阿戎)이라 미칭한 데서 온 말이고, 인(麟)은 바로 그의 이름자인 것이다.
[주D-004]미수(眉壽)의 축복 : 미수는 장수한 노인을 이르는 말로,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8월에는 대추를 따고, 10월에는 벼를 거둬들여, 맛좋은 술을 빚어넣고, 어른님께 장수를 빌도다.[八月剝棗 十月穫稻 爲此春酒 以介眉壽]"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대두(大斗)의 축수 : 대두는 열 되 들이의 큰 말을 이름. 《시경(詩經)》 대아(大雅) 행위(行葦)에 "큰 말에 술을 가득 부어서, 집안 어른께 장수를 빌도다.[酌以大斗 以祈黃耈]"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수유(茱萸)가……적다 : 형제간의 즐거운 모임에 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고대 풍속에 의하면, 음력 9월 9일이면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의 열매를 따고 국화주(菊花酒)를 마시어 사기(邪氣)를 물리치는바, 이것을 곧 등고회(登高會)라 하는데, 당(唐) 나라 때 왕유(王維)가 9월 9일 산동(山東)에 있는 형제들을 생각하여 지은 시에 "나 홀로 타향에 와서 나그네가 되고 보니, 명절을 만날 때마다 어버이 생각 갑절 더하네. 알건대 우리 형제들 높은 산에 올라가서, 수유를 두루 꽂고 한 사람이 적다 하리라. [獨在異 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徧揷茱萸少一人]" 한 데서 온 말이다. 《王右丞集 卷十四》
[주D-007]난로(難老) : 길이 젊음을 보존하는 것을 뜻함. 《시경(詩經)》 노송(魯頌) 양수(洋水)에 "이미 좋은 술을 마시니, 길이 젊음을 내리리로다.[旣飮旨酒 永錫難老]"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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