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한림을 사양하는 소[辭翰林疏]

천하한량 2007. 3. 7. 00:45
한림을 사양하는 소[辭翰林疏]

삼가 아뢰건대, 신이 방금 가신(家信)을 접한 결과 신의 아비의 병이 처음에는 무더위를 받은 데서 빌미가 되었는데 게다가 거듭 체증까지 겹침으로써 증상이 점차로 심해져서 드러누워 몸 뒤척거리는 것조차도 남을 기다려서 한다고 합니다. 신이 이 소식을 듣고는 혼비 백산하고 가슴이 오글오글 탑니다.
인하여 삼가 생각하건대, 지금 크고 작은 금직(禁直)에 당직을 교체할 수 없는 이때를 당하여 개인의 사정을 끌어다가 휴가를 청하는 것은 매우 황송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심정이 몹시 긴박하여 억누를 수가 없는지라, 바삐 짧은 소장(疏章)을 올리고 지레 금문(禁門)을 나가오니, 삼가 바라건대 인자하신 성상께서는 신을 굽어 살펴주시어 속히 신의 직임을 교체해서 병구완하는 데에 편리하게 해주시고, 이어서 신의 죄를 다스리어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시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