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물변(格物辨) |
《예기(禮記)》 대학편(大學篇)에 이르기를,
"앎을 이루는 것은 물을 이르게 하는 데에 있다.[致知在格物]"
하였고, 또 이르기를,"물이 이른 뒤에 앎이 이른다.[物格而后知至]"
하였으니, 이 두 구절은 비록 신심의지(身心意知)로 좇아 나온 것이기는 하나 실상은 천하 국가(天下國家)의 일을 하는 것이다. 천하 국가는 정사를 세우고 일을 행하는 것을 주로 삼는 것인데, 《대학》에서는 신심(身心)으로 좇아 의지(意知)를 설명하여 이미 심사(心思)의 쓰임을 극도로 하였다.그리하여 학자들이 끝내 심학(心學)에서만 구하고 행사(行事)에서는 징험하지 못할까 염려되기 때문에 마침내 드러내서 이르기를,
"앎을 이루는 것은 물이 이르게 하는 데에 있다.[致知在格物]"
고 하였는데, 물(物)은 일[事]이요, 격(格)은 이르다[至]는 뜻이다. 그런데 일이란 가국천하(家國天下)의 일로 곧 오륜(五倫)의 지선(至善)에 그치는 것이니, 명덕(明德)과 신민(新民)이 모두 일인 것이다. 격(格) 자에는 이르다[至]의 뜻이 있고 또 그치다[止]의 뜻도 있으니, 실천하여 그 경지에 이르러 그치는 것이 즉 성현의 실천하는 방도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전(經傳)에 이른바 '상하에 격하다.[格于上下]', '간악함에 격하지 않다.[不格姦]', '예조에 격하다.[格于藝祖]', '신이 격하다[神之格思]', '효우가 이에 격하다. [孝友時格]', '폭풍이 격하다.[暴風來格]'라는 것과 옛 종정문(鐘鼎文)의 '태묘에 격하다.[格于太廟]', '태실에 격하다.[格于太室]'라고 한 유는 모두 '이르다'의 뜻으로 훈(訓)을 하였으니, 대체로 '假(이를 격)'이 본 글자인데 '格' 자와 음이 같아서 서로 가차(假借)한 것이다.《소이아(小爾雅)》 광고장(廣詁章)에 이르기를,
"격(格)은 그치다[止]의 뜻이다."
하였으니, 그칠 바를 안다[知止]는 것은 곧 사물의 의당 이르러야 할 바를 아는 것[知物所當格]으로서, 지선(至善)의 지(至) 자와 지지(知止)의 지(止) 자가 모두 격(格) 자와 뜻이 한 가지이다.비유하자면 마치 활 쏘는 것과 같으니, 섬돌을 올라 당(堂)에 올라서 물(物)을 밟은 다음에 활을 쏘는 것이다. 《의례(儀禮)》 향사례(鄕射禮)에 이르기를,
"물의 길이는 화살대의 길이와 같다.[物長如笴]"
하였는데, 정현(鄭玄)의 주(注)에 이르기를,"물(物)은 활 쏠 때에 서는 곳을 이른 말이니, 물이라고 한 물은 곧 일[事]과 같은 것이다."
하였다. 그리고 《예기(禮記)》 중니연거(仲尼燕居)의 정현의 주에서는,는 어떤 위치에 세워두는 것[立置于位]을 이른다."
하였다. 또 《석명(釋名)》 석언어(釋言語)에는 이르기를,
"사(事)는 시(倳)와 같으니, 시는 세우다[立]의 뜻이다."
하였다.대체로 물(物) 자는 본디 물(勿)을 따른 것인데, 물(勿)은 《설문(說文)》에 이르기를,
"주리(州里)에 세우는 기(旗)인데, 민사(民事)를 재촉하는 것이기 때문에 몹시 급한 것을 물물(勿勿)이라 한다."
하였다. 《주례(周禮)》 향대부(鄕大夫)에는 이르기를,"오물을 중서에게 묻는다.[五物詢衆庶]"
하였는데, 그 물(物)은 곧 사(事)와 같은 뜻이거니와, 당상(堂上)에서 활 쏘는 사람의 서는 자리를 또한 물(物)이라 이름한 것은 고인(古人)들이 곧 이 뜻을 통회(通會)시켜 명명했던 것이다.그리고 《대대례(大戴禮)》에 이르기를,
"정곡을 바르게 하고 물을 세운 다음, 물을 밟고 활을 쏘면 심지가 바르고 용색이 단정해진다.[規鵠豎物 履物以射 其心志端 色容正]"
하고, 《의례》 대사의(大射儀)에는 이르기를,"왼발로 물을 밟는다.[左足履物]"
하였는데, 여기의 물(物) 자도 모두 이 뜻이다.그러므로 격물(格物)이란 사물(事物)에 이르러 그친다는 뜻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체로 가국천하(家國天下)의 오륜의 일은 의당 몸소 친히 그곳에 이르러 실천하여 지선(至善)에 그쳐야 하는 것이니, '물을 이르게 하다.[格物]'와 '지선에 그치다.[止至善]', '그칠 줄을 알다.[知止]', '인에 그치다.[止于仁]', '경에 그치다.[止于敬]' 등의 일이 모두 한 가지 뜻이요 두 가지 해석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성현의 도는 모두가 실천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뜻일 뿐이다.
[주C-001]격물변(格物辨) : 이 글은 청(淸) 나라 완원(阮元)의 저서인《연경실집(揅經室集)》의 대학격물설(大學格物說)을 옮겨온 것으로, 중간과 끝부분에 약간자(若干字)의 변동만이 있을 뿐이다. 이 역시 독자의 참고에 대비하고자 밝혀두는 바이다.
[주D-001]신심의지(身心意知) : 《대학》의 팔조목(八條目) 가운데 수신(修身)·정심(正心)·성의(誠意)·치지(致知)를 두고 한 말이다.
[주D-002]상하에……[暴風來格] : '格于上下'와 '不格姦'은 《서경(書經)》요전(堯典)의 글이고, '格于藝祖'는 《서경》순전(舜典)의 글이며, '神之格思'는 《시경(詩經)》대아(大雅) 억편(抑篇)의 글이고, '孝友時格'은 《의례(儀禮)》사관례(士冠禮)의 글이며, '暴風來格'은 《예기(禮記)》월령(月令)의 글이다.
[주D-003]사지(事之) : 《禮記 仲尼燕居》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비록 시골 구석에 있을지라도 남들이 그를 섬기면 성인인 것이다.[雖在畎畝之中事之 聖人已]"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1]신심의지(身心意知) : 《대학》의 팔조목(八條目) 가운데 수신(修身)·정심(正心)·성의(誠意)·치지(致知)를 두고 한 말이다.
[주D-002]상하에……[暴風來格] : '格于上下'와 '不格姦'은 《서경(書經)》요전(堯典)의 글이고, '格于藝祖'는 《서경》순전(舜典)의 글이며, '神之格思'는 《시경(詩經)》대아(大雅) 억편(抑篇)의 글이고, '孝友時格'은 《의례(儀禮)》사관례(士冠禮)의 글이며, '暴風來格'은 《예기(禮記)》월령(月令)의 글이다.
[주D-003]사지(事之) : 《禮記 仲尼燕居》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비록 시골 구석에 있을지라도 남들이 그를 섬기면 성인인 것이다.[雖在畎畝之中事之 聖人已]"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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