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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기묘함은..(강원도 회양)-이곡(李穀)-

천하한량 2007. 3. 3. 17:34

이곡(李穀)의 기(記)에,

 

“우리나라의 산수가 천하에 이름이 높은데, 금강산의 기묘함은 더욱 으뜸이 된다. 또 불경에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이 산에 머물렀다는 설이 있어서 세상에서는 드디어 인간세계의 정토(淨土)라고 일컫는다. 향과 폐백을 내리는 천자의 사자(使者)가 길에 잇달았으며, 사방의 남녀들이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소나 말에 싣거나 지거나 이고서 부처와 중을 공양하는 자가 서로 잇달았다. 산 서북쪽에 재가 있어서 가로로 끊어져 험하고 높아서 하늘에 올라가는 듯하다. 사람이 여기에 이르면 반드시 머물러 쉬는데, 지대가 너무도 궁벽하여 사는 백성이 아주 적어 혹 풍우를 만나면 노숙(露宿)하다가 병이 들곤 한다. 지원(至元) 기묘년에 쌍성 총관(雙城摠管) 조후(趙侯)가 산의 중 계청(戒淸)과 의논하여 그 요충지인 임도현(臨道縣)에 땅 몇 이랑을 사서 절을 짓고, 임금의 수(壽)를 비는 도량(道場)으로 삼았다. 봄가을에 곡식을 배로 실어다가 그곳에 출입하는 자에게 밥을 제공하고, 그 나머지를 산속의 여러 절에 나누어 주어서 겨울과 여름의 식량에 충당하게 하여 해마다 전례로 삼았다. 그런 까닭에 도산(都山)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조후가 이 절을 처음 지을 때에 그곳 안에 있는 중들에게 명령하기를. ‘중이 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위로는 사은(四恩)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삼도(三途)를 구제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주리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학문을 끊고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닦는 자는 최상이고, 부지런히 강설(講說)하고 열심히 교화하여 인도하는 자는 그 다음이고, 머리를 깎고서도 집에서 살며 부역(賦役)을 피하고서 산업을 영위하는 자는 하등(下等)이다. 중으로서 하등이 되면 부처의 죄인일 뿐만 아니라 또한 국가의 놀고 먹는 백성인 것이다. 너희들이 이미 관(官)에 부역하지도 않고 있으니 나의 일을 돕지도 않는 자들은 처벌할 것이다.’ 하였다. 이에 여러 중들은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다투어 자기가 할 수 있는 기술의 도구는 가지고 와서는 도끼를 가진 자는 도끼질하고, 톱을 가진 자는 톱질을 하며, 나무를 자르거나 흙을 바르거나 하였다. 조후가 자기 집의 곡식을 실어다가 그들을 먹이고, 자기 집의 기와를 벗겨다가 얹었다. 그래서 백성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며칠이 못되어서 완공하였다. 공사를 마치고는 사람을 보내어 그 일의 기문을 청하여 왔기에, ‘나는 비록 조후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어질다는 소문을 들은 지는 오래되었다. 대개 일을 하는 데에는 남에게 이롭고 편리하게 해야 할 것이니, 자기 자신을 위하여 복을 구하는 자는 하등이다. 저 임도현(臨道縣)은 온 산의 요충지이다. 그런 까닭에 이 절을 지어서 출입하는 자를 편리하게 한 것이다. 쌍성(雙城)도 한 쪽의 요충지이니, 이런 마음을 확장시켜 그 정사를 시행한다면 반드시 백성을 편리하게 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요사이 동남쪽 변방 백성들이 그 경내로 흘러 들어가는 자가 있었는데, 조후는 즉시 까닭을 지적하여 꾸짖고, 거절하여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은 항산(恒産)이 없으므로 항심(恒心)이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사람이 항심이 없다면 어디 간들 용납될 수 있겠느냐.’ 하였다. 나는 여기에서 조후의 사람됨을 더욱 알게 되었으니, 감히 기문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보덕굴(普德窟) 만폭동(萬瀑洞) 안에 있다. 관음각(觀音閣)이 있다는데, 절벽을 파서 판자를 걸치고, 구리 기둥을 밖에 세워서 작은 방 세 칸을 그 위에 짓고, 쇠사슬로 묶어서 바윗돌에 못을 박아 놓아 공중에 떠 있으므로 사람이 올라가면 흔들린다. 그 안에 부처를 모신 함(函)을 안치하고 구슬과 옥으로 장식하였으며, 겉에 철망을 둘러서 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하였다. 세상에서 전하는 말에, “고려 안원왕(安原王) 때에 중 보덕(普德)이 창건(創建)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