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전(表箋)
은혜에 사례하는 글[謝恩表]
이색(李穡)
밝은 윤음(綸音)이 내리시니 바야흐로 깨우침이 깊고, 높은 관급(官級)을 올려주시니 지극히 황공한데 게다가 하사품(下賜品)까지 내리시니 더욱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 모가 생각건대, 땅을 나누어 군장(君長)을 세움은 심복(心腹)이 팔과 다리에 의뢰하는 것과 같고, 적개심을 품고 임금을 보좌하는 것은 수족이 머리와 눈을 보호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은 고금이 함께 따르는 대체(大體)이고 상하가 서로 친하는 지극한 정입니다. 신 같은 자는 세계(世係)가 황실의 외손으로 습작(襲爵)의 은혜를 외람히 입었습니다. 군사가 남방에서 승전했을 때에는 추호도 돕지 못한 것이 한스럽고, 황제의 수레가 겨울에 상도(上都)에 순수하실 때에는 진실로 몸이 가루가 되는 것을 사양하지 아니 하려 하였습니다. 방숙(方叔)과 소호(召虎)가 주 나라를 중흥하였음을 생각하고, 곽자의(郭子儀)와 이광필(李光弼)이 당 나라를 다시 일으켰음을 생각하여 표문을 올려 군사를 낼 것을 감히 뒤에 하지 못하였고, 마초와 양식을 운반함이 매우 곤란하였으나 시일이 빨리 가는데 공은 이루지 못하고, 뜻이 한갓 부지런하여도 힘은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뜻밖에 황제께서 멀리 어리석은 마음을 살피셔서 따뜻한 말씀을 앞에 내리시어 권장(勸?)함을 먼저 하시고, 뒤에 우정승에 올렸으며 다시 이어 표창하시니, 이것은 모두 세상에 드문 영화인데 하물며 열흘 동안에 아울러 얻게 되어서 술은 하수(河水)에 던져 마시도록[投河之飮]하고 옷은 솜을 품은 것 같은 정[??之情]을 베푸시니 공경히 사랑을 입어 더욱 근심하고 책임을 느낍니다. 이것은 대개 황제폐하께서 운운. 배우지 않고도 아는 성스러움을 타고 나시고 태평한 때에 처하셔서 공묵연충(恭默淵?)하여 진퇴(進退)ㆍ존망(存亡)의 까닭을 환히 살피시고, 진작(振作)ㆍ흥기(興起)시켜 주고 빼앗고 세우고 폐지하는 권력을 잡아 뭇사람의 계책을 받아들이어 섞어 시행하고, 뭇 마음을 감동시켜 함께 분발시키므로 신명(神明)이 함께 도와 잠깐 사이에 평정하게 되었거늘 오히려 먼 지방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덕에 돌아오게 하시니, 신이 한신(韓信)처럼 많은 군사를 잘 거느린다고 해서가 아니라 대개 신이 성실하여 다른 것이 없음을 사랑하심이니, 신이 어찌 절개가 금석(金石)같이 굳기를 맹세하여 시종 오직 한결같이 하고 성수(聖壽)가 강릉(岡陵) 같기로 축원 드림을 보통보다 만 배나 하지 않겠습니까.
[주D-001]술은 …… 마시도록[投河之飮] : 춘추 시대에 진(晉) 나라와 전쟁하는 초왕(楚王)이 어느 사람이 술 한 병을 바치자 그것을 군사와 나누어 마시려니 적어서 할 수 없으므로, 술을 하수(河水)에 던지고 군사들에게 하수의 물을 마시게 하였다.
[주D-002]솜을 품은 것 같은 정[??之情] : 초왕(楚王)이 소(蕭)를 칠 때에 군사들이 추위에 고생하는 것으로 보고 왕이 친히 군중에 돌아다니며 위로하니, 모든 군사들이 솜을 낀 것과 같아서 추위를 잊었다 하였다. 《左傳》
[주D-003]많은 …… 거느린다고 : 한 고제(漢高帝)가 한신(韓信)과 더불어 여러 장수의 능력을 말하다가, “그대는 군사를 얼마나 거느리겠는가.” 하고 물으니, 한신은, “신은 군사가 많을수록 더 잘 거느립니다[多多益善].” 하였다.
[주D-004]성수(聖壽)가 …… 축원 : 《시경(詩經)》에, “메 같고 언덕 같으소서.”라는 한 구절이 있는데, 그것은 신하가 임금의 수(壽)하고 복 많기를 비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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