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선생글 ▒

발(跋) 발 복산 시권(跋福山詩卷-이곡(李穀)-

천하한량 2007. 2. 14. 17:48

발(跋)
 
 
발 복산 시권(跋福山詩卷)
 

이곡(李穀)

식무외(式無外)는 시를 좋아하는 자이다. 일찍이 서울로 달려와서 공경(公卿)들 사이에서 시를 구하니, 현재 중서성(中書省)의 허(許)공과 한림(翰林) 사공(謝公) 등 조관의 지명인사가 모두 시를 지어준 바 있었다. 이로부터 진실로 시에 능하다는 소리만 있으면 멀고 가까움을 묻지 않고 반드시 찾아가 이를 요구하니, 동국의 사대부도 또한 이로 연유하여 그를 사랑하였던 것이다. 작일 늦게 복산이 시권을 소매 속에 넣고 와서 나의 발문을 청했다. 나는 비록 복산을 알지 못하나, 복산이 심산 궁곡에서 그 모양을 마른 나무같이 하고, 그 마음을 찬 재[灰]와 같이 하고서, 이른바 허무 적멸을 구하는 자로서 능히 의술(醫術)에 유의하여 만리길을 분주히 다니면서 남을 살리기를 급히 하고, 자기를 이롭게 하는 데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니, 그 사람을 가히 알 수 있다. 부역을 도피하고, 인륜을 어지럽히며 세상에 무익한 자와 비하여 볼 때, 그들과 같은 무리는 아니다. 이제 강남(江南)으로 돌아가며 시인이 그 사실을 서술하니, 내 이미 무외를 사랑하고 그의 소청을 어기기 어려워 그 뒤에 발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