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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제 근설 후(題勤說後)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14. 17:47

발(跋)
 
 
제 근설 후(題勤說後)
 

이곡(李穀)

호(胡)군 중연(仲?)이 〈근설(勤說)〉을 지어 홍수겸(洪守謙)에게 주니, 군에게 계시하기를 충(忠)으로서 하고, 이어 권면하되, 천지 음양의 조화를 비롯하여, 왕공(王公) 사서(士庶)의 길과, 농공(農工) 상고(商賈)의 일에 이르고, 가르치고 배우는 설로서 마쳤는데, 말이 간명하고 뜻을 다하여 실로 배우는 자에게 보익함이 있다. 대개 부지런하다는 것은 게으름의 반대인데,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그 설을 보고 능히 마음에 부끄럼이 없겠는가만 그 부지런하지 못한 점을 들어 스스로 책하기를, “부지런하면 군자가 되고 게으르면 소인이 되며, 부지런하면 가히 부귀함에 이르고 게으르면 마침내 빈천함에 이르나니, 이는 천리의 상도(常道)이다.” 하였다. 내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서 어머니를 섬기는데, 사지를 부지런히 하지 못하여 맛있는 음식이 항상 결핍되게 한 것이 그 하나이요, 학문에 뜻을 두어서도 시서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 유희(遊?)를 좋아하였던 것이 그 둘이요, 벼슬에 당하여서는 사무에 부지런하지 못하고, 봉록 만을 소모하게 함이 그 셋이요, 공경(公卿)의 집에 문안을 부지런히 하지 못하고 퇴축(退縮)함을 달게 여김이 그 넷이요, 벗과 교제하는 데에 왕래를 부지런히 하지 못하여 덕을 베풀고 갚는 것을 항상 뒤로함이 그 다섯이니, 게으름의 병이란 하나라도 많은 것인데 다섯이나 있으니, 군자가 되고 부귀에 이르고자 하나 어렵도다. 수겸(守謙)이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니, 마땅히 부지런함에 힘쓰고, 게으름을 버려야 할 것인데, 내가 세사람 중에 가히 거울삼아 경계할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지런한 데도 의(義)와 이(利)의 구분이 있는데, 닭이 울면 곧 일어나서 부지런히 하기는 순(舜)과 도척(盜?)이 다 같은 것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와 근신을 주(主)로 삼아야 하나니, 수겸은 이것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주D-001]세 사람 중에 …… 사람 : 공자가 말하기를, “세 사람이 길을 감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한 자를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 하였는데, 이곡은 자신의 게으름이 선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고 겸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