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敎書)
세 원수에게 죄주는 교서[罪三元帥敎書]
이색(李穡)
선지(宣旨)하노라. 국가가 불행하여 도적의 난리를 만나서 남쪽으로 파천하였다. 이는 오직 나 소자의 부덕한 소치이나, 또한 장수의 용병(用兵)에 규율이 없어서 방어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쓸개를 맛보는 근심을 품었기에 처음에는 패군(敗軍)한 처벌을 정지하였다. 그리고는 문하평장사 상의 회의도 감사 응양군상장군(門下平章事商議會議都監司鷹揚軍上將軍) 정세운(鄭世雲)을 총병관(摠兵官)에 임명하고, 절월(節鉞)을 주어 나를 대신하여 행사하게 한 다음 이어 칙서를 내리어 위임하는 뜻을 선시(宣示)하여, 대장과 소장이 모두 명령을 들어서 감히 어김이 없게 하였다. 그러자 과연 조종의 신령이 위에서 계시(啓示)하고 충성할 뜻이 있는 선비가 아래에서 분주(奔走)하여, 사방에서 힘을 합해 쳐서 그 무리를 섬멸하였다. 이에 바야흐로 개선하기를 기다려 상을 주어 공을 갚으려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안우(安祐)의 무리가 공을 믿고 교만 방자하여 정세운을 해쳐서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의 일시의 분노의 쾌하게 하였다.
총병관은 나를 대신하여 일을 맡은 사람인데, 밑에 있는 자가 감히 제 마음대로 죽였으니, 이것은 나를 무시한 것이다. 임금을 업신여겨 범하였으니, 죄가 더 클 수 없다. 돌아보건대 안우 등은 국가의 조아(爪牙)로 수년간에 혈전하여 자못 공효를 나타내었는데, 한 생각의 잘못으로 전일의 공이 다 없어졌으니, 내가 실로 슬퍼하는 바이다. 그러나 적을 깨치는 공은 일시에 혹 있을 수 있으나 임금을 업신여긴 죄는 만세에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경중이 분명하여 서로 덮을 수 없다. 이것을 용서하고 베지 않으면 어떻게 후세를 징계하겠는가. 그러므로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도원수 도첨의찬성사(都元帥都僉議贊成事) 안우(安祐), 원수 도첨의찬성사(元帥都僉議贊成事) 득배(得培), 도첨의찬성사(都僉議贊成事) 방실(芳實), 동지밀직(同知密直) 민환(閔換), 밀직부사(密直副使) 김림(金琳) 등을 법대로 처단하였다. 그러나 예전 일의 공로를 생각하여 죄가 처자에게는 미치지 않게 하고, 그 관하에 있는 대소 관리는 모두 유사(有司)로 하여금 공을 참작하여 서용하게 한다. 죄악에 뇌동하고 공법(公法)을 배반하여, 손수 정세운을 살해한 낭장(郞將) 정찬(鄭贊)은 도망중에 있으나 용서할 수 없다. 그 나머지 실정을 알고도 고하지 않은 자는 모두 용서한다. 안팎에 포고하여 다 들어 알게 하노니, 너희 군사들은 힘써 네 마음을 다하고 네 직책을 폐하지 말아서 시종(始終)을 보전하라.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마땅히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주D-001]쓸개를 …… 근심 : 춘추(春秋) 때에 월왕(越王) 구천(口踐)이 오(吳) 나라에 패하여 수치를 당하자 짐승의 쓸개를 달아 놓고 매양 맛보았다. 쓸개는 맛이 쓴 것이므로 그것을 맛보는 것은 원수 갚기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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