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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서(敎書) 사 찬성사 반복해 교서(賜贊成事潘卜海敎書)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1. 01:56

교서(敎書)
 
 
사 찬성사 반복해 교서(賜贊成事潘卜海敎書)
 

이색(李穡)

대개 들으니 황급하고 창졸한 난을 만난 연후에야 출중한 참재주를 알고, 광명하고 위대한 공을 세운 연후에야 세상에 드문 지극한 은총을 받는 것이다. 때문에 자고 이래로 성제 명왕(聖帝明王)과 현신 석보(賢臣碩輔)가 부귀가 그 몸에서 떠나지 않고 성명(聲名)이 만세에 전하는 것이다.
슬프다, 너 복해(卜海)는 네 할아비 부(阜)가 사절(使節)을 받들어 일본(日本)에 갔었고, 문형(文衡)을 맡아서 영재를 취하였다. 대대로 이름난 사람이 조정에 벼슬하였다. 시서(詩書)의 유풍과 예의(禮義)의 풍모를 드날려서 오래될수록 크게 떨치는 것이 복해에게 있는 것인가.
너 복해는 기운이 강유(剛柔)를 합하였고 재주가 문무(文武)를 겸하였으며, 그 뜻이 금석같이 굳어서 효도를 옮기어 충성을 다하고 임금을 위하여 몸을 잊었으니, 과인이 급하고 어려울 때에 힘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병인년에 서쪽으로 사냥하러 갔었을 때 큰 멧돼지가 내 앞으로 달려 왔다. 좌우에 있던 신하들이 얼굴빛이 변하여 어찌할 줄을 몰랐으니, 나의 안위가 한순간에 달려 있었다. 그때 복해가 말을 달려 뛰어 와서 한 화살로 그 배를 꿰뚫어서 활시위 소리를 따라 쓰러졌으니, 이것은 복해가 나의 생명을 연장시킨 것이다. 비록 종사(宗社)와 산천의 신령이 복해를 시켜서 그렇게 한 것이라 하더라도, 복해의 속에 지녔던 충성과 타고난 용맹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오늘날 종사와 산천을 받들 수 있겠는가.
전고(典故)를 상고하여 너에게 왕성(王姓)을 주어 의자(義子)로 삼고, 너를 찬성사(贊成事)로 승진시키노니, 이는 은전을 특이하게 한 것이며, 충성과 용맹을 장려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시중(侍中)을 제수한 것도 그 충의를 권한 것이다. 한(漢) 나라에서 공신과 맹세하는 말에, “태산이 숫돌같이 되고 황하가 띠같이 되도록 나라가 길이 보존하여 후손에게 미치라.” 하였다. 지금 과인도 그것을 모방하여 맹세하기를, ‘제참(?岺)이 숫돌처럼 닳고 접해(?海) 에 물이 말라서 먼지가 나도록, 네 자손 곧 내 자손이 나라의 간성(干城)이 되라.’ 하노라. 아, 복해야 훈명(訓命)을 명심하여 힘쓰고 공경하여 변함이 없을지어다.


[주D-001]접해(?海) : 우리 나라 근해에 가자미가 많이 나므로, 우리 나라를 접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