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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文) 조 당고 문 병서 (吊黨錮文 幷序 )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10. 17:17

문(文)
 
 
조 당고 문 병서 (吊黨錮文 幷序 )
 

이곡(李穀)


문을 닫아 걸고 글을 읽어도 오히려 옛사람을 논하나니 이는 시절을 못 만난 사람이 하는 것이라. 선유(先儒)들이 말하기를, “옛날의 일을 조상하며 옛날의 역사를 위해 우노라.”하였으니, 나는 〈당고전(黨錮傳)〉에 대해 느낀 바 있어 글을 지어 이를 조상하노라.
임금께 충성하고 백성에게 은덕을 베푸는 것은 이는 군자가 기약하는 바이라, 그릇을 몸에 숨김이여, 움직임에는 반드시 시간을 맞출 것이라. 아, 저 당인(黨人)들이여, 나로 하여금 흑흑 느끼게 하노라.
옛날 홍공(弘恭)ㆍ석현(石顯)의 득지(得志)함이여, 한(漢) 나라의 정치를 중도에서 쇠퇴하게 하였노라. 예부터 간사한 사람이 정권을 잡음이여, 나라를 그르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노라. 진실로 참소하는 말이 도의를 멸함이여, 비록 성지(聖智)라도 고개 숙이노라. 아, 어진선비들이 그 힘을 헤아리지 못했음이여, 구설(口舌)로써 시비를 일으켰노라. 사해(四海)가 마구 흐름이여, 한 손으로 막으려 했노라. 큰 건물이 기울려 함이여, 약한 가지로는 지탱할 수 없노라. 배를 삼킬 큰 고기가 하찮은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놀림을 당함이여, 작은 수궁(守宮 도마뱀 붙이)이 저 큰 용을 깔보노라. 가시나무가 구리때로 변함이여, 모모(?母 추녀〈醜女〉의 이름)가 서시(西施)를 투기하노라.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꿈이여, 불운과 행운이 서로 밀치노라.
소망지(簫望之)가 옛날에 죽음이여, 한(漢) 나라가 쇠퇴함이로다. 진번(陳蕃)이 지금 망함이여, 떠나지 아니하고 무엇을 하느냐. 겉으로는 어둠을 쓰나 속은 밝음이여, 몸을 보호하는 기지니라. 삼군(三君)ㆍ팔주(八廚)ㆍ팔준(八俊)이라 함이여, 표방하는 이가 누구냐. 이응(李膺)ㆍ두밀(杜密)과 함께 이름남이여, 범방(范滂)의 어머니는 의심하지 않았노라. 황보규(皇甫規)의 부끄러움이여, 지혜가 작고 어리석음이 컸음에서라.
임종(林宗 곽태〈郭泰〉)의 말이 겸손함이여, 신도반(申屠蟠)은 기미를 보았노라. 그리하여 몸을 보전하고 멀리 피함이여, 난세의 스승이라. 난초가 향기가 남이여, 스스로 불태웠노라. 구슬이 못에 잠김이여, 아무도 아는 이 없노라.
아, 당인(黨人)이 때를 못 만남이여, 또한 천명(天命)의 의당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