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칙(詔勅)
의 한 책강 사예교외 왕존 조(擬漢責降司?校尉王尊詔) -한 나라에서 사예 교위 왕존을 책하여 강직(降職)하는 조서 모의(模擬)-
이곡(李穀)
한(漢) 나라가 일어난 지가 2백 년이 되었다. 세종황제(世宗皇帝) 이후로 예의와 문물은 차츰 갖추어졌으나, 기강이 점점 무너져서 간악한 자가 많았다. 선황제(先皇帝 원제(元帝))께서 또 너그러움으로 아랫사람을 대하고, 엄하게 결단하기를 어렵게 여겼으므로, 간사하게 아첨하는 무리가 용사(用事)를 하였다. 그 중에서도 석현(石顯)이 더욱 권세를 방자히 하다가 죄악이 차고 쌓여서 이제 이미 천벌을 받았다.
지금 사예교위(司?校尉)가 탄핵하여 아뢰기를, “승상어사(丞相御史)가 그 당시에 사뢰지 않았다.” 하였는데, 이는 사리가 혹 그럴 듯하다. 그러나 짐이 태자로 있을 때에도 오히려 그의 세력이 두려워서 분하여도 말 한 마디 못하였거늘, 승상어사가 어떻게 아뢸 수 있었겠는가. 사예의 말은 선제(先帝)의 허물을 나타내고 짐의 단점을 내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왕존을 내쳐서 고릉 령(高陵令)으로 삼으라.
[주C-001]의 : 글을 습작(習作)하는 이가 옛글에 나온 것을 제목으로 삼아 모의하여 짓는 것인데, 오늘날 법률을 습득하는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주C-002]왕존 :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에 간신(奸臣) 석현(石顯)이 권력을 쓸 때에 승상(丞相) 광형(匡衡) 등이 그에게 아부(阿附)하였다가 원제가 죽고 성제(成帝)가 즉위(卽位)하여 석현(石顯)이 권력을 쓰지 못하게 되자, 광형이 석현의 구악(舊惡)을 탄핵하여 면직하기를 청하였다. 사예교위(司?校尉) 왕존이 광형을 탄핵하기를, “광형이 승상으로 있을 때에는 석현에게 아부하다가 인제 와서 자기의 전일에 불충(不忠)한 죄를 자백하지 않고 석현에게만 죄를 돌려서 선제(先帝)가 간신(奸臣)을 썼다는 허물을 드러냅니다.” 하니 광형이 관을 벗고 임금에게 사과하였다. 성제(成帝)가 처음 즉위한 때이므로 대신을 두둔하여 왕존을 고릉령(高陵令)에 좌천(左遷)시켰다. 이 글의 작자가 성제(成帝)의 조칙(詔勅)을 모의(模擬)하여 지어본 것이다.
'▒ 가정선생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전(表箋) 황후 하전(皇后賀?) -이곡(李穀) - (0) | 2007.02.10 |
---|---|
조칙(詔勅) 한 나라에서 양진의 두 아들에게 -이곡(李穀) - (0) | 2007.02.10 |
기정대언(寄鄭代言) -이곡(李穀)- (0) | 2007.02.09 |
제중서역사모란도후(題中書譯史牧丹圖後) -이곡(李穀) - (0) | 2007.02.09 |
난경에서 송별하며 민급암의 시운을 쓰다[?京送別用閔及庵韻] -이곡(李穀) - (0) | 2007.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