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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칙(詔勅) 한 나라에서 양진의 두 아들에게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10. 05:35

조칙(詔勅)
 
 
한 나라에서 양진의 두 아들에게 낭(郎) 벼슬을 제수하는 모의 조서[擬漢楊震二子爲郞詔]


이곡(李穀)  

대개 들으니 군자와 소인이 번갈아 소장(消長)하는데 그것을 살피는 것은 임금에게 있다고 하는 바, 이것이 치(治)와 난(亂)의 기틀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고황제(高皇帝)의 창업(創業)과 세조(世祖 광무황제(光武皇帝))의 중흥(中興)은 그 방법에 다른 것이 없었다. 이것을 살폈을 뿐이다. 문제(文帝)ㆍ경제(景帝)ㆍ무제(武帝)ㆍ선제(宣帝)는 이것을 준수하여 잃지 않았으나, 원제(元帝)ㆍ성제(成帝) 이후로는 소인의 도(道)가 점차 자라나서 마침내 왕망(王莽) 의 화를 불러왔다. 중흥한 뒤에 지난날의 일을 거울삼아 멀지 않아서 영평(永平)과 건초(建初) 연간의 정치가 능히 조종(祖宗)의 자취를 이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는 외척과 환관이 서로 부채질하여 권세를 잡고서 충성스런 신하에게 위해를 가하니, 조야(朝野)가 한심스럽게 여기었다. 이것은 군자의 도가 소멸된 것이다.
고(故) 태위(太尉) 양진(楊震) 은 젊을 때부터 유행(儒行)으로써 관서(關西)에서 명망이 컸다. 지방관이 되어서는 청렴하고 근신하였으며, 조정에 있으면서는 강직하여 대신의 절조가 있었다. 그러나 간신을 미워하면서 능히 베이지 못하고, 폐녀(嬖女 왕이 총애하는 여자)를 미워하면서 능히 금하지 못하였다. 이에 곧은 말과 엄정한 안색으로 거침 없이 말하다가 도리어 배척을 당하여, 마침내는 자살하고 말았으니, 짐이 심히 불쌍히 여기고 사모하는 바이다.
아아, 덕을 숭상하고 어진 이를 높이는 것은 선왕께서 중하게 여기던 바다. 이에 그 아들 아무아무를 등용하여 아무 벼슬을 제수하고 돈 백 만을 주어 그 집을 구휼하여, 이로써 충성스럽고 강직함을 표창하노라. 그러니 너희들은 힘써 아비의 업을 지키어 짐의 뜻에 보답할 지어다.


[주D-001]군자와 …… 소장(消長)하는데 : 《주역》을 보면, 음(陰)과 양(陽)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음이 소(消)하면 양이 성해지고, 양이 소하면 음이 성해진다.” 하였다. 예를 들면 동지(冬至)로부터는 밤[陰]이 차차 소(消)하고 낮[陽]이 차차 장(長)하여 지며, 하지(夏至)로부터는 낮[陽]이 차차 소(消)하고 밤[陰]이 장(長)하여 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관계에 비유하여 군자와 소인이 서로 소(消)하고 장(長)하는 것이 음과 양과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주D-002]왕망(王莽) : 성제(成帝)가 자기의 외가인 왕씨를 중용하였다가 마침내 왕망이 권력을 마음대로 하여 황제(皇帝)의 위(位)를 빼앗겼다가 17년 만에 망하고 다시 한(漢)이 일어났다.
[주D-003]양진(楊震) : 동한(東漢) 장제(章帝) 때의 사람인데, 유행(儒行)과 명경(明經)으로 관서(關西)의 공자라는 명칭이 있었다. 안제(安帝) 때에 간신의 참소로 자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