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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참군에게 주는 기행[紀行一首贈淸州參軍]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7. 00:14

청주 참군에게 주는 기행[紀行一首贈淸州參軍]
 

이곡(李穀)

예전 사람 획일을 소중히 여기더니 / 古人重?一
지금 사람은 변경하길 좋아하네 / 今人好變更
법령은 마치 쇠털같이 까다로운데 / 法令牛毛細
백성은 고기 꼬리같이 붉구나 / 黔蒼魚尾?
슬프다 멀리 놀러다니는 사람 / 嗟嗟遠遊子
네 마음은 어찌해 불평만인가 / 爾心胡不平
평생토록 구복을 위해 / 平生多爲口
동남쪽으로 익히 다녔다 / 慣作東南行
꾸불꾸불 돌아 청주를 거쳐 / ??過上黨
천리 길 한산에 이르렀구나 / 千里到韓城
도중에 보는 것 많아 / 道途多所見
감탄이 절로 생긴다 / 感嘆由中生
십 리 오 리를 가는 동안에 / 十里五里間
역마 달리는 사신 하도 많아 놀라워라 / 馳傳紛可驚
말에서 내려 길가에 섰노라면 / 下馬立道側
흐르는 별 같이 눈 앞을 지나간다 / 過眼如流星
내 의심하기를 장차 덕음을 / 吾疑將德音
농촌의 백성에게 펴려함인가 / 布玆南畝氓
빠진 인구를 조사해 알아 / 或云算閒口
불쌍한 사람까지 돈을 물린단 말이 있고 / 抽錢及孤?
산과 들을 모두 빼앗아 / 或云籠山野
세력가에 합친단 말도 있네 / 割地歸兼?
이제 소송장은 바야흐로 짜여지고 / 訟牒方組織
빠진 호는 연달아 쓰러진다 / 逃戶連?傾
황화(시경의 편명)가 어찌 이것을 이름하랴 / 皇華豈謂是
성인께서 《시경》에 기록하였다 / 聖人著之經
갑자기 대동시를 읊조리노니 / 忽詠大東詩
마치 멍하니 술에서 깨지 못함같도다 / 兀如未解醒
선왕은 부지런하고 또 검소하여 / 先王勤且儉
사방을 처음으로 경영할 제 / 四方始經營
산천이 제각각 경계 있거니 / 山川各有界
조세인들 어찌 규정이 없으랴 / 租稅豈無程
공씨는 드물게 이를 말했고 / 孔氏?言利
맹자는 상하가 서로 이 구함을 미워하였다 / 孟子惡交征
때마침 봄비 개인 뒤이라 / 時當春雨後
뻐꾸기는 뻐꾹뻐꾹 우는구나 / 布穀閒關鳴
밭머리에 점심밥 볼 수 없으니 / 不見田頭?
그 누가 물가에서 밭을 가는고 / 誰從水際耕
나는 가서 산에 / 我欲買山去
푸른 잔디 파헤치고 집이나 지으련다鑿翠開風?
동산에는 소나무 대나무 기르고 / 園中養松竹
문 밖에는 찰벼와 메벼 심으리 / 門外種??
무성한 나무 밑에 앉아도 보고 / 茂樹坐鬱鬱
차디찬 맑은 샘 마셔도 보고 / 淸泉飮??
날마다 세심경이나 읽어 / 日讀洗心經
세상살이 얽혀 들지 않으리라 / 無令世故?
자만한 땅도 돈구멍으로 들어가니 / 尺地入金穴
어느 곳에 가시나무 사립문을 편안히 할꼬 / 何處安紫?
그러므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 所以事奔走
해를 맞이하도록 안정을 얻지 못한다 / 終歲不得寧
생각하노니 우리 장서랑은 / 念我掌書郞
푸른 옷으로 송영에 지쳤으리 / ?衫倦送迎
이것도 눈으로 본 것 / 此亦眼所見
저것도 귀로 들은 것 / 彼亦耳所聆
그대 항상 이런 것을 대할 터인데 / 知君常對此
의기가 어찌 그리 높고 높은가 / 意氣何?嶸
그대 마음은 일촌 단심 / 君心一寸丹
그대 귀 밑은 한창 푸르러 / 君?十分?
다른 날 묘당 위에 / 他年廟堂上
은나라 솥의 국을 손수 조화하리 / 手調殷鼎羹
내 시를 혹시라도 버리지 않거든 / 吾詩?不棄
그것으로써 좌우명을 삼으시라 / 以爲座右銘


[주D-001]획일(?一) : 한(漢)나라 초대(初代) 승상(丞相) 소하(蕭何)가 죽은 뒤에, 후임으로 조참(曹參)이 들어 와서 소하가 제정한 법을 그대로 준수하니, 백성들이 좋아하여 노래하기를, “소하가 법을 제정한 것을 획일(?一)한 것 같은데, 조참은 그것을 잘 지키네.” 하였다.
[주D-002]고기 꼬리같이 붉구나 : 물고기가 피곤하면 꼬리가 붉어지므로,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꼬리 붉은 물고기에 비유하는 구절이 《시경》에 있다.
[주D-003]덕음(德音) : 백성에게 은덕을 펴는 교서(敎書)나 명령.
[주D-004]뻐꾸기 : 뻐꾸기〔布穀鳥〕는 봄에 곡식 심기를 재촉하여 포곡포곡 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