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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은 박명하구나 하는 태백의 운을 써서[妾薄命用太白韻]-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7. 00:12

〈첩은 박명하구나〉하는 태백의 운을 써서[妾薄命用太白韻]
 

이곡(李穀)

첩은 본래 구차하고 변변치 못한 집의 딸 / 妾本寒門子
나무 비녀 꽂고 초가집에 살았소 / 荊釵居白屋
아름다운 자질은 타고난 것을 / 美質天所生
두 볼은 마치 붉은 옥 같다 / 兩?如??
나라를 기울일 만한 예쁨만 믿고 / 自倚傾國艶
세상 사람들에게 성기게 지냈다 / 乃與世人疏
오릉의 많은 젊은이들이 / 五陵多年少
지나다 보고 모두 수레 멈추네 / 過者皆停車
한 번 웃음일망정 가볍게 팔겠는가 / 一笑肯輕賣
천금도 오히려 받지 않겠거늘 / 千金且不收
이 때문에 저절로 시기를 잃어 / 以此自愆期
세월은 강물 같이 흘러버렸네 / 歲月長江流
간밤에 가을바람 건듯 불더니 / 西風昨夜至
베짱이 우는 소리 이슬 풀에 구슬프다 / 莎鷄鳴露草
고운 얼굴 어느새 다 스러질까 / 紅顔恐消歇
때 지나면 다시는 좋아지지 않으리 / 時過不再好

나서부터 남의 얼굴 알지 못하고 / 生不識人面
장성토록 집 속에만 박혀 있었다 / 長年在深屋
어여쁜 얼굴이 내 일생 그르쳐 / 一爲色所誤
돌이 옥인 양 도리어 나를 괴롭히네 / 反遭珉欺?
미움과 사랑이란 옛날부터 무상한 것 / 憎愛古無常
아침 은혜 저녁에는 성기어지네 / 朝恩暮乃疏
답답하고 슬픈 마음 가을 부채 읊으니 / ??詠秋扇
임의 수레에 오르기 소망 끊겼네 / 望絶登君車
금침상은 누구 위해 털어 볼꺼나 / 金牀爲誰拂
비단 이불 걷어 둔 지 이미 오래다 / 繡被久已收
규방은 쓸쓸하고 차거운 달 지는데 / 閨空寒月落
다만 반딧불만 반짝여 나르누나 / 但見螢火流
시름에 잠겨 잠깐동안 꿈을 꾸니 / 沈憂暫成夢
어슴프레한 속에 풀싸움도 해 보았다 / 依稀鬪百草
세상에 사마상여 같은 재주 없으니 / 世無相如才
뉘라서 옛날 애정 회복해 주리 / 誰令復舊好


[주D-001]오릉(五陵) : 한(漢) 나라의 서울 장안(長安)에 있는데, 풍류 남녀들이 노는 곳이다.
[주D-002]가을 부채 읊으니 : 한성제(漢成帝)의 궁인(宮人) 반첩여(班??)가 소박을 당하였는데, 그 시(詩)에, “흰 비단으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면, 바람이 나서 임의 품에 드나들었네. 가을철이 다가오면 서늘한 밤이 더위를 빼앗아 가니, 부채는 상자 속에 버려져서 은정(恩情)이 중도에 끊어지리.” 하였다.
[주D-003]사마상여(司馬相如) 같은 재주 : 한무제(漢武帝)의 진황후(陳皇后)가 소박을 당하여 장문궁(長門宮)에 물러가 있었는데, 무제가 부(賦)를 좋아하므로, 황후가 부(賦) 잘 짓는 사마상여에게 천금(千金)의 폐백을 보내어, 자기를 위하여 부(賦)를 한 편 지어 주기를 청하니, 사마상여가 〈장문부(長門賦)〉를 지어서 황후의 고독하고 처량함과 임을 사모하는 정을 잘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