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세모시 |
"이모시옷 헌볼이면 한여름에도 부채 필요없어유. 입고 앉아 있으면 고실고실하니 아무리 땀이 많이 나도 살갖에 달라붙지 않쥬. 쪼 통풍도 잘돼 서느란 산바람, 강바람이 옷감 사이로 솔솔 스며들쥬. 모시옷은 한마디로 바람잡아 만든 옷이여유."
충남 서천 금강변에 자리잡은 한산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모시 자랑이다. 한산 세모시의 고장, 충남 서천. 요즘 서천에는 모시짜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세모시 산지로 알려진 한산면은 물론이고 마서 화양 가산 마산 시초 판교 등 어느 마을을 찾아가건 집집마다 베틀앞에 앉아 덜커덕 덜커덕 발판을 밟아가며 모시를 짜는 여인들의 모습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얼마전 모시짜기 기능전승자로 선정된 권예식(54)씨의 화양면 월산리에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모내기를 앞두고 모판짜기가 한창인 들녘의 고샅길을 지나 찾아간 권씨의 집에선 권씨와 그의 친정어머니인 나삼인(75)씨가 분주하게 모시를 짜고 있었다. 나씨는 모시풀의 껍질을 벗겨내 만든 모시의 원사인 ‘태모시’를 물에 적셔 널리고 있고, 권씨는 방 한쪽에 마련된 베틀에 앉아 있다. “매끄럽고 질 좋은 모시베를 짜기 위해선 솜씨도 중요하지만 습도가 적당히 있어야 해요. 그래서 꽃샘추위도 지나고 봄비도 가끔 촉촉히 내려주는 요즘이 어떻게 보면 적기예요.” 권예식씨의 설명이다. 모시의 재료가 되는 모시풀은 연중 3번 수확한다. 봄에 수확하는 모시풀을 초수라고 하고, 여름에 이수를 수확하고, 서리가 내리기전에 한번 더 수확하는데 이를 삼수라고 한다. 따라서 연중 사계절 언제나 모시를 짤 수 있다. 삼베와 마찬가지로 모시도 다 자라면 거의 1.5m에 이르는 모시풀의 껍질에서 원사를 만들어낸다. 연둣빛이 도는 그 껍질을 햇빛에 탈색시킨후, 가는 가닥으로 나눈다. 이를 모시째기라고 한다. 그런후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놓고 길게 이어서 모시 실을 삼는다. 이어서 모시 올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하고, 터럭이 일어나지 않도록 콩가루풀을 먹여 도투마리에 감는 모시매기를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베틀에서 모시를 짠다. 그런데 모시는 이 실을 삼고 매는 과정에서 이미 품질이 다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바닥에 놓으면 눈이 어른거릴 정도로 가늘고 고운 실을 상품으로 치는데 특히 이를 세모시라고 부른다. “세모시를 베틀에 올려 도투마리에 감으면 850올 이상 감겨요. 아주 고운 극세모시는 960올까지 감기죠. 그러면 이 날실을 잉아와 바디를 통과시켜 북에서 풀어져 나오는 씨실과 교차시켜 옷감을 짜죠.” 집집마다 이렇게 베틀을 거쳐 만들어진 모시는 개별적으로 거래가 되기도 하지만 보통 한산면에서 3,8일 5일장으로 열리는 모시새벽시장에서 거래된다. 오전 5시쯤 개장하는 모시시장에는 모시베를 보자기에 싸안고 나온 주민들과 외지에서 찾아온 모시 도매상 등 수백여명이 몰려 흥청거린다. 모시는 보통 한필 단위로 거래된다. 모시 한필은 폭 31㎝, 길이 21.6m로 올이 굵은 중저는 30여만원 정도이고 세모시는 60만원부터 15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모시 한필로는 한복 한벌과 상의 2벌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천군에 따르면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난 이후 모시 시세가 하락하며 모시를 짜는 농가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시의 고장이란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 모시를 짜고 있다. 지난 2001년 통계를 보면 서천군에서 모시풀을 재배하고 모시를 짜는 농가의 숫자만 모두 220여가구에 생산량은 13억원대에 이른다. 서천군은 오는 5월 1일부터 6일까지 한산모시관을 비롯한 군내 전역에서 한국 천연섬유의 상징인 모시를 널리 알리기 위한 한산모시문화제를 개최한다. 올해 14회째인 이번 축제에는 모시짜기 체험마당을 비롯, 모시길쌈 경연대회, 모시제품전시와 모시옷 패션쇼 등의 행사가 준비돼 있다. 행사문의 041-950-4224. 출처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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