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8경 신성리 갈대밭 그리고 동학
2001년 9월 우리 군에서는 여러 절차를 경유하여 서천 8경을 선정하였다. 서천 8경을 선정함으로 새로운 문화와 관광의 비젼을 제시하고, 우리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후대에 널리 전승시킴은 물론, 서천 8경의 상징을 통해 군민의 단합과 애향정신을 진작시키기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서천 8경으로는 마량 동백 숲과 해돋이, 금강 하구둑 철새 도래지, 한산 모시 마을, 신성리 갈대 밭, 춘장대 해수욕장, 문헌서원, 희리산 휴양림, 천방산 풍광(風光) 등이 선정되었다. 이에 이 번호부터는 서천 8경을 답사하여 그 속에 묻힌 역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논해야하나 누군가 먼저 느낀 아름다움보다는 스스로 느낀 아름다움이 더 값지기에, 혹여 내가 본 아름다운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죄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 주변에 얽힌 역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신성리 갈대 밭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갈대 7선으로 꼽히는 곳으로 폭 200m, 길이 1㎞ 이상 되는 7만여 평의 엄청난 규모가 금강의 은빛 물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토해내고 있다.
또한 이곳은 먹이가 풍부해서 겨울이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들어 일대 장관을 이룬다. 각종 교육기관의 자연학습장으로 전국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찰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 곳이다. 사실 신성리 갈대밭이 서천 8경에 선정되게 된 배경도 영화 공동경비구역의 기여도가 높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뜨기’전에는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숨겨진 명소였기 때문이다.
그럼 영화『공동경비구역 [JSA]』은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분단의 상징적 공간, 판문점/공동경비구역,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단 북측 초소에서 격렬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살인 사건이다. 어린 북한 초소병이 살해되었고 그 옆엔 중년의 북한 중위도 쓰러져 있다. 그리고 남북 분계선 한가운데에 이 사건의 용의자이자 총상을 입은 젊은 남한 병사가 발견된다. "군사 분계선을 넘은 남한 병사에 의해 기습 테러 공격을 당했다" "초소 경계 근무 중에 군사 분계선을 넘어 침투한 북한군에 의해 납치, 감금되었던 남한 병사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남과 북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남북 병사들은 서로 엇갈린 진술만 반복한다. 사건 수사를 맡은 중립국 여소령은 점차 '진실'에 다가간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한 초소병은 왜 살해되었을까? 최초 목격자인 또 한사람인 남한 병사는 왜 자살을 시도했을까? 살아남은 남한 병사는 '진실' 앞에서 왜 침묵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남북 병사의 총격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이다.〕 이 영화의 첫부분에서 이수혁(남한 병장)이 군사분계선 근방에서 급하게 대변을 보고 지뢰를 밟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북한군 오경필 순찰조에게 걸려 죽을 수 밖에 없는 목숨을 구해주는 배경이 바로 신성리 갈대밭이다. 눈꽃처럼 보이는 갈대밭에서 스릴 넘치는 갈등과 긴장을 해학적으로 완화시키는 장면이 참 멋이 있다. 바로 그곳이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 갈대 밭의 아름다움과 배경 음악이 어우러져 신성리가 더욱 우리를 부르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상영 이후 신성리 갈대밭을 찾는 사람과 더불어 영화가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을 우리도 만끽하고 있다.
그럼 한산 신성리 갈대밭 주변에 얽힌 역사는 무엇이 있을까?
신성리는 역사에서 상지포로 등장한다. 상지포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 함열에서 기포했던 동학농민군들이 웅포를 건너와 주둔했던 곳이다. 그들은 11월19일경 한산 읍성을 점령하여 관아를 완전히 전소시킨다. 그리고 다시 일부는 상지포로 복귀한다.
따라서 신성리는 반봉건 반외세를 외치던 동학농민운동군과 관군과 대치하던 장소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의 이수혁과 오경필의 대치처럼 동학군과 관군이 대치했던 장소 이다. 그리고 그들은 후천개벽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살았듯이 오늘날 공동경비구역 신성리 갈대밭에서 만난 그들 역시 새로운 세상인 남과 북의 통일을 갈망하고 있다. 그 역사의 현장이 바로 신성리 갈대밭이다.
그냥 넘실거리는 갈대밭만 바라보기보다 한번쯤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갈대밭의 운치를 더하니라.
신성리는 동학 사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산 마산 새장이면 웅포에서 소를 태운 배가 노를 저어 건너 왔다고 한다. 새장은 모시장과 더불어 우시장이 크게 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인접에 있는 웅포사람들이 소를 팔러 왔다고 한다. 이 뒤를 장에 가는 사람들이 주욱 따라가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아름답다.
만월이 뜬 저녁놀에 팔지 못한 장짐을 지고 가을 새소리와 외로워 부딪치는 갈대 잎 소리를 들으며 이길을 걷던 그 사람들에게 낭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신성리 갈대 밭에 아무시설이 없어서 더욱 좋지만 얼마 전까지 주막이 있었다 한다. 그 주막의 운치는 강건너 오고가는 사람들의 시름을 달래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갈대밭에 정말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주막과 안내소 그리고 음악을 들려주는 시설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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