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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호 선생님을 위한 논(爲師畓)

천하한량 2007. 1. 10. 04:47
나문호 선생님을 위한 논(爲師畓)
판교면 금덕리 만덕 마을에는 돌아가신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서 마련된 논이 있다. 소위 선생님을 위한 논이라고 해서 위사답(爲師畓)이라고 한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하여 동문 수학한 제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마련한 논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얼마나 감동하였으면 돌아가신 스승을 위하여 논을 마련하여 영원히 선생님의 덕을 기리고자 하였을까? 그 선생님은 누구일까? 그 분은 바로 삼별재 나문호 선생님이시다.
나문호 선생님은 1880년대 기산면 외신산리에서 성장하였는데, 어렵게 서당에서 공부를 하였다. 당시 선생님은 집안이 가난하여 정식으로 서당을 다니지 못해, 요즈음 말하는 청강생으로 마루에서 주로 공부를 하였다. 그런 공부는 늦게 깨달음을 가져와 40세에 비로소 공부의 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 선생님은 그 깨달음을 가르침으로 승화시켜 서당 선생님으로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주변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런 교육에 감동하여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갖고 서당을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나문호 선생님은 찾아오는 학동들을 마다하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였던 것이다. 즉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기 바쁜 시절에 수업료를 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선생님은 수업료를 받지 않고 그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공부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허기진 배를 움켜지며 천자문을 외는 아이, 동문선습을 번역하는 학동의 모습은 선생으로 하여금 고뇌를 거듭하여 학동과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참외를 재배하게 하였다. 이 참외를 학동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오늘날 처지에서 생각하기에 별 볼일 없는 일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당시는 굉장한 자선 사업 중의 하나였다.
또한 늦게 깨달은 학문의 도를 실천하기 하여 노력하였다. 불도, 부정에 대하여 철저하게 배격함은 물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보지도 않았다. 이와 같이 공부한 사실을 실천하기 위하여 크고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실천하였던 것이다. 당시 작은 아버지께서 자식이 없어 외로워하자 집안에서 양자를 들여 논 10 마지기, 밭 400평, 집 한 채를 마련하여 줌으로 가정의 편안함을 꾀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삶을 지켜본 당시 지식인들은 나문호 선생을 존경하는 뜻에서 호를 삼별재(三別齋)라고 부르게 되었다. 즉 늦게 배움에 힘쓰고,  참외를 재배하여 이웃에게 나누어주었으며, 작은 아버지를 잘 봉양한 특별함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기산면을 비롯한 문산면 등지에 널리 퍼져있다. 제자들의 처소가 그만큼 넓다는 것은 먼 곳에서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제자들은 선생님의 사은에 감사하는 뜻에서 선생의 회갑일에 헌수상을 차려드리는 일을 하기도하였다. 1953년 나문호 선생은 제자들의 존경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나 문산면 수암리 동뫼 마을에 모시게 되었다.
그 후 제자 노봉래를 중심으로 100여명은 선생님의 덕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 위사계(爲師 )를 만들었다. 즉 선생님을 위한 제자들의 계인 것이다. 그들은 동문 수학한 제자들로서 나문호 선생님을 추모하고자 모임을 결성하여 논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 후 논에서 나오는 도조를 받아 쌀 장리를 놓아 원금을 늘려 목돈을 마련한 다음, 1957년 선생님의 묘소 앞에 추모비를 건립하게 되었다.
지금은 선생님도 그 제자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들의 회의 모습을 담은 위사계 문서가 남아 있고, 판교면 금덕리 만덕 마을 위시답에서 내일을 기약하는 벼가 자라고 있어 삼별재 나문호 선생님의 가르침과 존경심은 영원히 빛나고 있다.
나문호 선생의 후손으로는 학노(學魯) 나주운 한산 향교 전교님이 계시다. 나주운 전교님은 한산향교 장의, 서천군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셨으며, 우리 고장의 성씨를 3년 간 조사하여 서천의 성씨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하였다. 가끔 어린이 충효교실에서 뵙는 나전교님의 모습은 조부 나문호 선생의 모습인 듯 어린이들이나 어른들에게 인자하기만 하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숨겨진 스승, 나문호 선생과 그 제자들의 삶 속에서 제자 사랑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도 만덕리 나문호 선생님을 위한 논에서는 희망찬 벼들이 스승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천 교육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