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사진!
빛 바랜 사진 속에 역사가 있다. 누런 한 장의 사진이 역사를 수정하고 고증할 수 있다. 이 사진 속에 흘러간 역사가 가득하다. 그러므로 사진은 곧 기록물이며 역사이다. 글로써 역사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역사를 남겨 놓기도 한다. 사진으로 서천의 역사를 엮어보자.
최초의 사진은 1839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천에서 찍은 사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1915년 일본인들이 체격 측정을 목적으로 서천 남자 5명, 여자 5명, 백정 8명을 측면과 정면을 각각 찍은 사진이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때 같이 찍은 삼산리 패총, 봉남리 석탑, 성북리 고인돌, 비인 오층석탑이 남아 있지만 사람을 찍은 사진은 이것이 처음인 듯 하다. 지금까지 이 사진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1915년 일본인들이 5회 사료 조사를 위하여 서천에 왔을 때 찍은 사진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에 유리 원판으로 보관되어 있다. 1910년대의 서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이라 매우 궁금하다. 이런 자료들이 모아질 때 서천의 역사가 하나씩 그 베일이 벗겨져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고장과 관련된 사진을 모아서 20세기 서천 모습을 엮어야 할 것이다. 가정마다 숨겨진 사진들이 빛 바랜 사진첩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이라도 서천의 역사를 밝혀 낼 수 있는 사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모아서 새롭게 서천의 역사를 조명해야한다.
예를 들자면 일제 강점기에 찍은 보통학교 시절 운동회, 학교 전경, 친구들과 같은 찍은 사진, 교정 모습 등 다양한 사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시절 전쟁을 위해서 공출로 가져간 놋그릇, 종, 농기구 등을 찍은 사진이라든지 당시 복장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면 좋겠다. 또 장항읍의 경우는 1930년대 개발하던 모습, 당시 시가지, 시장, 각종 건물, 당시 일본인들, 제련소 관계 사진, 부도에서 하역하는 노동자,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쌓아 놓은 농산물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서천 관련 사진이 대부분 장항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항 지역은 서천 어느 지역보다 일찍 근대화가 이루어져 각 도시나 농촌에서 살던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서천읍의 경우는 군청 관계 사진이 많을 것이다. 군청 및 각 기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들의 사진첩에 누렇게 변한 흑백 사진이 가득할 것이다. 그 사진들이 서천의 역사를 밝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군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청사의 변화와 공무원들의 복장 변화를 눈 여겨 볼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초 군의회 모습이나 면의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을 수 있다. 한번쯤 관심을 갖고 사진첩이나 수첩을 하나하나 열어본다면 과거의 추억에 담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역사를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한산의 경우는 이상재 선생 관련 사진이나 각종 교회 또는 학교 관련 사진들도 있겠지만 가장 관심을 갖게 하는 사진은 한산 모시와 관련된 사진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한산모시짜기, 공동 작업 모습, 시장 모습을 담은 사진, 모시를 내다 말리는 모습, 등 다양한 모시관련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이 사진들이 한산 모시의 역사를 더욱 값지게 할 수 있다. 혹 한산 용산리, 신성리를 중심으로 일제 시대 발달한 포구의 모습이나 노동조합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이것도 역사가 되겠냐고 망설이지말고 한번쯤 관심을 갖자.
비인의 경우는 비인 보통학교 시절 연성 교육이라든지, 소풍, 해수욕장 관계 사진과 비인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의회구성, 민선 면장 이취임식, 5·16쿠데타 당시 지방모습, 시장 모습 그리고 각종 공공기관 사진이 있다. 또 교회 관련 사진도 자료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1960년대 비인공업단지 조성 공사 사진 역시 중요한 자료이다.
판교의 경우 우시장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장항선을 따라 발달한 우시장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큰 우시장이었으니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판교에서 번성한 보신탕 관련 사진도 역사에 한 몫을 담당할 것이다. 또한 판교 역을 중심으로 한 각종 행사 사진이나 폐교된 판교 초등학교의 모습도 볼만한 사진으로 여겨진다.
서면의 경우는 몇몇 사람들만 소유하고 있는 옛 동백정 해수욕장 사진은 서천 군민이 함께 볼 가치 있는 천혜의 걸작이다. 또한 JP가 1965년 서면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은 더욱 의미 있는 사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동백정과 춘장대를 비교할 수 있는 사진 역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외에도 마산 새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붱바위, 1923년도 동부저수지 공사 사진과 문산 시가기 사진, 시장에서 상거래 사진, 시초 보통학교 시절 운동회하는 모습, 면의회 모습, 각종 행사 쥐잡기 운동, 새마을 운동 등 다양한 사진, 종천과 판교 흥림저수지 공사 장면, 기동역 사진과 마서의 갯가 모습, 농사짓는 모습, 향교 출입 모습 등 다양한 사진들이 있을 수 있다.
지나 가버린 시절은 다시 돌아 올 수 없지만, 빛 바랜 한 장의 사진 속에는 그리운 향수들이 짙게 묻어 있다. 사진은 하나의 시각적 기록을 남기기 위한 표현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으며 또한 1세기동안 우리가 언제 무엇을 잃고 당했는가를 사진을 통해 진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수정하고 기록을 고증하는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자료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 사진들을 발굴하여 서천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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