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기행]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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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건지산 맑은 물로 빚어내는 명주(銘酒) 중의 명주다. 기록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민속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역사만큼이나 맛과 향이 뛰어나다. 백제시대부터 면면히 흘러온 제조비법은 지금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나씨 집안에서 전수해 장인정신으로 특유의 향과 맛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最古)의 명주, 맛도 최고(最高)
옛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소곡주는 백제 멸망후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백제 유민이 한산지역에서 다시 빚어 마신 게 유래가 됐다. 삼국사기 백제본기를 살펴보면 ‘다안왕(多晏王) 11년(318)에 추곡의 흉작으로 민가에서 제조하는 소곡주를 전면 금지하였다’고 기록돼 있고 ‘무왕 37년(635) 3월 왕이 조정 신하들과 백마강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시어 그 흥이 극치에 달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초기에는 왕실은 물론 민가에 가장 많이 알려진 술로 기록돼 있다. 술에 얽힌 재미난 얘기도 많다. 조선시대 때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지방을 지나다 목이 말라 인근 주막에 들러 미나리부침을 안주로 소곡주 한잔을 마셨다. 그 맛이 너무 좋아 두잔째부터 취흥이 돋은 선비는 시를 읊고 즐기다 시간을 보내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서 술맛에 취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독특한 들국화 향…고혈압 방지효과도
한산소곡주는 저온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켜 제조한 곡주로 독특한 감칠맛과 깊고 그윽한 향이 으뜸이다. 피를 맑게 해주고 말초혈관을 확장,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하 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효과가 뛰어나다. 인공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산소곡주를 빚을 때 사용되는 재료는 찹쌀·메주콩·누룩·들국화 등으로 신토불이 재료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특히 들국화는 그윽한 향과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순수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 한산소곡주는 술을 내리는 정성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나는데 양력으로 12월, 음력으로 10월에 술을 내려 그 이듬해 1월까지 100일 동안 익힌 술을 으뜸으로 친다.
#세계인의 명주 꿈꾼다
최근들어 청와대 만찬 등 각종 주요행사에 소개되면서 한산소곡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농림부 주최 ‘2004 한국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에서 우리 고유 전통주류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할 만큼 한산소곡주 명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대형 유통매장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한 한산소곡주는 이제부터 세계시장을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미나리부침·육회 등과 찰떡궁합
한산소곡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단연 미나리부침이다. 과거를 보러 가다 술맛에 취해 주저앉은 선비가 먹던 안주도 바로 미나리부침이었다. 미나리는 향긋한 맛이 일품인 계절채소로 비타민 A·C의 보고로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한방에서는 신경통·류머티즘·혈압강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고혈압 방지효과가 있는 한산소곡주와 닮은 꼴이다. 요즘에는 미나리부침 외에 육회, 아구찜 등이 애주가로부터 손꼽히는 안주다.
〈서천|글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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